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이근안이 자수했단다”

높새을이 2009. 7. 23. 22:46

 

연세대에서 윤금이씨 추모공연을 보고 있는데, 편집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근안이 자수했단다.”

순간, 안타까움이 앞섰다. 당연히 잘 됐다고 박수쳐야 함에도. 


지난 10월 23일 기획회의 때, 기획안으로 ‘<말>이 이근안을 잡자’는 안을 올렸다. 모두들 무관심 속에 잊혀져가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킬 생각이었다. 실제로 현장을 뛰면서 몇 가지 취재해 볼 계획도 세웠다. 기획안 작성 후, 사무실에선 인터넷 검색이 쉽지 않아 PC방에 가서 그 동안 기사를 부지런히 검색했다.


그처럼 내심 벼르던 기획안이었는데, 이근안이 잡히고 나니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번 신창원 때도 그랬다. 신창원이 잡히기 한 달 전에도 신창원을 잡자는 기획안을 냈었다. 그때는 우회적이었고 기획안이 치밀하지 못해 다음 달로 미뤘는데, 신창원이 잡히고 만 것이다. 밤 12시 무렵, 추모제에 온 후배들하고 술을 마시는데 다시 편집장의 전화가 왔다. 이근안이 서울지검으로 넘어오니까 사진 기자랑 가보라는 거였다.

월간지야 기동성이 중요한 게 아니니 굳이 필요는 없었지만, 현장을 한 번이라도 보는 게 중요했다. 12시, 사진 기자의 전화를 받고 택시를 탔다. 서울지검에 도착하는데, 상황이 이미 종료됐다. 5분 정도 늦었단다. 사진기자는 사진을 찍지 못해 무척 안타까워했다. 포장마차에서 아쉬움을 술로 달랬다. (1999.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