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 그 10년

쥐불(3)

높새을이 2009. 9. 26. 22:15

대밭으로 향하던 불은 그새 무덤을 태워버렸다.

‘뫼똥은 태우먼 안되는디’

동네 애들과 동산에서 쥐불놀이 할때도 무덤은 태우질 않았다. 무덤을 태우면 어른들에게 무척이나 혼났었다. 걱정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민희는 어느새 솔가지를 들고 불을 끄고 있었다. 대밭앞쪽에 있던 밤나무 밑에는 다행히 맨 땅이라서 불은 곧 대밭으로 내지르지 못하고 옆으로 서서히 비켜돌았다.

 “석이야 이짝부터 끄그라, 깐닥흐면 치간에 붙겠다.”


민희는 집 쪽으로 향하는 불을 끄고 있었다. 그러나 밑쪽으로 돌던 불은 화장실 뒤쪽에 쌓아놓은 나뭇단으로 향했다. 

“아이고 어쩐디야”

어느새 석이엄마가 뛰어오고 곧이어 마을사람들이 동이와 바께쓰를 들고 뛰어왔다.

“빨리 끄드라고. 저 치간에 불이 붙게 생겼그만”

“오동양반은 저 대밭으로 못 가게 막으랑께”

“그려, 그렇게 흐고 여편네들은 가서 물이나 떠 오드라고이”

“참, 시암도 먼디... ... ”


이내 어른들 몇이서 불길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었다. 석이엄마는 어느새 부엌에서 물동을 이고 나오고 있었다.

“순창떡, 이짝에다가 붓으쑈이”

판식이 아버지가 나뭇단에 달라 붙어 있었다. 불은 나뭇단을 태우며 잠시 집쪽으로는 주춤해 있었다. 그러나 대 여섯 바지게 정도되는 마른 솔가지와 산태나무, 아까시아등을 쌓아놓은 나뭇짐은 검은 연기를 내고 타고 있었다. 그 연기속에서 불길이 곳곳에서 솟구쳤다.

“석이야 꽹이 가져오그라”

한참동안 정신을 가누지 못하고 있던 석이는 곧 치간으로 달려가서 벽에 걸린 꽹이 두개를 갔다가 판식이 아버지에게 주었다.

“너는 저짝으로 가 있거라”

석이는 곧 그쪽에서 물러났다.


“아, 아, 알려드립니다. 알려드립니다. 부락민들에게 알려드립니다. 지금 장밭 석이네 집에 불이 났습니다. 집에 있는 사람들은 바께쓰등을 등고 바로 장밭으로 가 주십시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지금 장밭에 불이 ... ... ”

동네 마이크 방송이 울렸다. 

“저리가 이 문딩아 걸리작 거리지 말고”

어쩔줄을 모르고 서 있던 석이는 엄마에게 등을 밀치었다. 석이엄마는 다시 빈 동이를 이고 샘으로 달려갔다. 샘은 멀리 있었다. 보통때 밥을 해놓고 물 한동을 길러오면 뜸이 들을 거리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