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새을이 2009. 11. 17. 21:21
 


선물받은 옷

생태학교 종강식. 각자 한 가지씩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내 솜씨로 뭔가를 해볼 요량은 생기지 않았다. 대신 가는 길에 빵을 샀다. 강의 끝나고 드디어 먹는 시간. 모두가 가져온 걸 꺼내보니, 푸짐했다. 과일부터 떡까지. 실컷 먹고는 집에 가려고 나섰다. 그때 ‘갱상도 싸나이’에 맞지 않게 수줍은 타는 진희선배가 선물이란 말도 않고 불쑥 내게 물건을 건넸다.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준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는 풀어보지 못하고 가방에 넣었다. 집에 와서 보니 반팔 옷이었다. 후후후 올해는 옷 안 사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처럼 옷이 생기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2001.6.4.)



인터넷 콘텐츠의 영역

2심 재판에 가는 길에 시간이 조금 남아 선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한 20분 정도 시간이 날 듯 했다. 가자마자 돌아서야 하는데, 지금이 아니라면 또 언제 볼 날이 있을까 싶어 택시를 탔다. 회사 앞에서 내려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마침 근처에 화분 가게가 있어서 조그만 화분을 하나 구입했다.

콘텐츠 사업하는 사무실에 근무하는데, 일이 잘되는 모양이었다. 잠시 1층에 내려와 차를 마시는데, 아무리 인터넷 관련 기술을 잘 만들어 놓아도 내용을 채우는 문제는 역시 글을 써본 이가 낫다고 한다. 첨단 공학이 발전해도 결국 사람 사이의 소통이니, 그 소통을 여는 언어와 감정은 ‘공돌이’들보다는 ‘인돌이’들이 나을 것은 자명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정말 20분 만나고 나왔지만, 그래도 잘 왔다 싶었다. (2001.6.13.)



술의 나날들

연일 술이다.

토요일, 통일 그날 음악회 뒤풀이 술자리.

일요일, 친구랑 맥주 천 씨씨.

월요일, 석방모임에서 맥주 몇 천씨씨.

화요일, 집에서 소주 두 잔.

수요일, 회사 잡지팀 회식자리에서 병백주에 생맥주까지.

목요일, 단행본 팀 주간과 병맥주 몇 병.

금요일, 사장님, 디자인팀과 오십세주에 이어 이름모를 일본 술과 병맥주.

토요일, 친구랑 영화보고 나서 생맥주 750씨씨.

일요일, 집에서 아버지 전화 받은 후 오미희씨 라디오 방송 듣다가 병맥주 한 병.

월요일, 집에서 소주 반 잔. 

화요일, 회사동료랑 포장마차에서 청하 반 병.

수요일, 소설가 조경란씨와 생명주 셋이서 4천씨씨.

목요일, 취재 끝나고 오는 버스에서 말지 사진기자 박여선과 맥주 한 캔.

금요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3대 테너 공연을 보며 맥주 한 캔.

토요일, 내 인생의 특별한 기념일을 핑계삼아 생맥주 천오백씨씨.

일요일, 토요일의 연장선에서 청하 한 병.

월요일, 연일 술 행진을 이대로는 멈출 수 없다는 의미에서 생맥주 천씨씨. (20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