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새을이 2009. 11. 17. 21:31

 

산사로 올라가는 호젓한 길가 철조망 사이로 빈듯한 집 한 채가 보인다. 크지 않는 마당과 작은 텃밭도 있다. 텃밭 앞에 쳐진 철조망 틈에 세워진 작은 푯말이 이 집의 정체를 알게 해준다.    


출입경고 - 이 철망 안에 무단 출입시는 전에 분실한 물품을 전액 변상시킬 것이므로 출입 경고를 보고도 출입시는 전액 배상시킬 것을 알려 드립니다.   - 수양관 관리인 


문장을 자꾸 읽어볼수록 이 집이 진짜 수양관이 맞을까 싶었다. 버스가 하루에 세 번밖에 다니지 않는 이 한적한 시골에도 도선생은 사는 모양이다. 필히 무슨 물건이든 도둑맞은 적이 있었으니, 이 한적한 시골에서 컴퓨터로 쓴 글을 프린트해 붙여 놓은 수고까지 곁들였으리라.    


그럼에도 경고문이 수양관 품위에 맞지 않다. 어찌 그리 경망스럽고 일방적일 수가 있을까. 더욱이 문장까지 어법에 맞지 않아 촐싹거림까지 느껴진다. 이 수양관이 말 그대로 수양하는 곳이라면 이곳 관리인은 부지런히 수양을 해야 할 듯싶다. 그냥 이름만 수양관이라 부른다면 그것 참 얄궂다. 괜히 호젓한 산길에 서서 심사가 뒤틀려 시비를 걸어보았다. (2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