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새을이 2009. 11. 25. 21:28

 

이태 동안 곁에서

파릇한 제 생명을 키우며

삶에 적잖은 이슬이 돼 주었던

화초 한 그루,

며칠 전부터 잎사귀들이 말라갑니다.


물을 주다가, 바람을 쬐다가, 햇살나들이를 거들다가  

이내 속절없이

마른 잎사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태 동안 옆에 있던

화초 한 그루의 시름도 알 길이 없는데


서른 해 넘게

다른 삶을 엮어온 당신을

내 어찌 온전히 알겠습니까.

 

물을 주다가

바람을 쬐다가

햇살나들이를 거들다가 

그래도 떠나면

그땐 속절없이 보낼 수밖에요. (2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