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새, 섬진 봄길을 가다⑤
하동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섬진교를 건너 다시 861번 도로를 만났다. 이곳에서는 순천으로 바로 넘어가는 2번 도로도 있다. 2번 도로는 산을 타고 넘는다. 이 길로 가자면 한 시간 남짓은 끌고 올라가야 할 듯싶다. 861번 도로는 2번 국도 아래로 놓였다. 거의 평지다.
861번 도로 옆 역시 매화꽃 천지다. 매화꽃이 가로수가 되었다. 어느새 섬진과는 멀리 작별했다. 시골 마을을 지나는 길은 평이했다. 얼마쯤 가자 오르막이 나타났다.
어제부터 페달을 밟은지라 양 다리는 허벅지 부분에 힘이 굳었다. 고통스럽다고 말하기엔 둥글게 느껴지는 통증이 있었다. 힘을 주려 해도 힘이 고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오르막에서는 높새를 끌고 올랐다. 엉덩이도 아프긴 했지만 참는다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다시 얼마쯤 가자 강이 보였다. 섬진이다. 하동에서 헤어진 물길을 이곳에서 만났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861번 도로는 산자락으로 붙었다. 섬진은 저 아래로 흘렀다. 861번 도로는 10번 도로 아래를 통과하고 나서야 섬진의 물가에 나란히 섰다. 광양의 만덕포구로 섬진이 남해를 만나는 곳이다. 멀리로는 광양제철소가 보였다.
애초 예정지인 여수까지 가려면 4~5시간은 더 가야 했다. 아직 12시가 못 되었으니 시간상으로는 가능하지만, 다리 상태로 봐서는 쉽진 않을 듯싶었다. 861번 국도와 헤어지고 나니 계속 가야하는 동기부여도 쉽지 않았다. 여수까지 가는 동안은 바다의 기운이 몸에 섞일 텐데, 섬진에서 맛보았던 봄꽃의 느낌은 그것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길호대교를 건너 근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남은 것은 광주로 버스점프하는 것뿐이다. (20100329)-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