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람 외롭게 하네
외롭다. 폭염으로 명명된 햇살이 내리쬐는 날, 생전 처음 와 본 낯선 시골, 방송용엠프에서 제법 크게 트롯트 노래가 흘러나오는 마을 입구, 간혹 차들이 오가는 저수지옆 시멘트 길에서, 바람 빠진 자전거를 끌다가, 불현듯 느낀 감정이었다. 근처엔 자전거를 수리할 곳도 없고, 누구를 부를 수도 없으며, 여기가 어디쯤 되는지 확연하지 않은 그때. 왜 '쓸쓸함'이 아니라 '외로움' 였는지는 알 수 없다. 쓸쓸함에 약간의 두려움이 묻어있는 듯한 그 느낌, 희미한 절망의 냄새까지도 느껴지는 그 마음, '외롭다' 였는지 설명할 수 없다. 1. 외롭기 전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함평군 손불면을 떠난 자전거는 잘 달렸다. 차들은 간혹 지날 뿐이었다. 경사가 거의 없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는 여전히 21단이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