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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

구두에게 듣다 어느 날 구두 뒷굽 바닥이 달아 생긴 손가락만한 빈 틈에 돌멩이가 들어갔다. “달그락 달그락” 걸음마다 돌멩이가 먼저 앞장섰다. 정신이 구두 바닥까지 해찰을 부린다 어느 날 닳아 헤진 구두 뒷굽 바닥을 칼로 오렸다 구두 뒷굽 바닥엔 손가락 두어 개가 드나들 구멍이 꿇렸다 그때부터 걸음보다 먼저 해찰부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구멍은 더 이상 틈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이 되었다 맘에 쌓인 갈등 또한 맘에 온전히 들지 못 한 채 틈에 끼여 해찰부리는 일로부터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틈이 생긴 맘이라면 차라리 활짝 열어 제껴 두면 어떨지… 이번 구두값을 생활비가 아닌 수업료로 한참 지나서야 셈한 이유이다/ (2003 04) 더보기
다시, 사랑니를 뽑다 다시 사랑니를 뽑는다. 그동안 내 몸에 난 사랑니는 모두 세 개다. 그 가운데 오른쪽 아랫부분에 난 이는 지난 2001년 5월에 뽑았다. 그리고 이제 오른쪽 윗부분에 난 사랑니를 뽑을 차례다. 치과 의자에 몸을 뉘였다. 두 손을 가지런히 마주 잡고 배꼽 부위에 모았다. 의사가 다가와 앉았다. 먼저 마취를 한단다. 아플 거란다. 지금부터 내 몸은 접근하는 모든 것들에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아주 작은 접근도 무척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몸은 가능한 움직이지 않는 게 낫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움직인 만큼 의사의 손도 놀랄 것이고, 그만큼 또한 통증이 뒤따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것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평온을 유지하면서. 움직이지 말아야 할.. 더보기
여유가 있을 때 하고 싶은 일들 수학문제 풀이, 집 설계도 그리기, 김치 담그기, 자전거 여행, 백두대간 산행. 살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다. 뭐 그리 대단한 일들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큰 돈이 드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무엇 하나 손도 못 대고 있다. 낙서하듯이 그런 여가의 꿈들을 정리해본다. 수학문제 풀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들으면 대개는 기겁할만한 얘기다. 수학문제 풀이를 여가시간에 해보고 싶은 일로 꼽다니. 아마 돈벌이가 된다고 해도 수학문제 풀이는 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을 듯싶다. 영어학습은 해외여행갈 때라도 쓸 수 있지만, 수학문제를 푼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가치가 그리 높지 않으니 인기도도 떨어질 것이다. 그런 수학문제 풀이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이다. 이 생각이 어디로부터 시작된 욕구인지 정확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