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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그가 돋보일 때 이제 익숙한 길이 되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논둑길이다. 제법 높은 지형에 높은 돌담을 쌓아 만든 논둑길. 산자락이 멀리 물러나 있어 시선에 걸리적거림이 없는 그 길. 이런 맛감 때문에 이미 길을 처음 열던 이들부터 그 맛을 알아 제법 사진에 담았던 길이다. 겨울엔 빈들처럼 논바닥을 드러내다가도 5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초록 벼들이 자란다.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길이지만, 그래도 사람의 발길이 스칠 때 더욱 돋보인다. 그 넉넉함도, 그 푸름도, 그 자유로움도. (20100719)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구간의 논둑길. 2월과 7월의 풍경이다. 더보기
노란 서성거림 길가를 걷다 멈췄다. 작은 '무엇'이 발목을 잡았다. 그 '무엇'이 산딸기라는 것쯤은 안다. 아니다. 그 '무엇'은 산딸기가 아니다. 붉은 산딸기 옆 노란 빛을 띤 빈 꼭지가 그 '무엇'이었다. 빈 꼭지는 산딸기 한 알을 누군가에게 양보한 채 아쉬운 마음에 여지껏 노랗게 서성거리고 있다. 그 양보가 없었다면, 산딸기와 함께 시나브로 썩어갔을 터였다. 이제 빈 꼭지에 서성거리는 발걸음이 쌓이고 쌓이면 수십 가지 얘기로 채워질 것이다. 오늘 이처럼 하나의 얘기를 만들듯.(20100705) 지리산 둘레길 인월부근을 걷다가 둑방에서 산딸기를 만나다. 더보기
봄날 트레킹, 모의하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일터 사람들을 만났다. 지인 중 한 명과 트레킹가자고 모의했다. 예전에도 비정기적으로 간간이 마음이 맞으면 다니던 이다. 일정과 장소를 잡아두고 알음알음 연락해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가는 방식이다. 사람이 모이면 모이는 대로, 모이지 않으면 처음 작당했던 이들끼리만 가면 된다. 참가인원에 연연하지 않는 이런 모임이 편해졌다. 누군가를 설득해 가자고 할 이유도 없고, 많은 인원이 함께 할 이유도 없다. 자연스레 공고처럼 거창한 모집형태를 띠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특정인을 제외할 이유 또한 없다. 그저 일자와 장소가 맞으면, 정해진 방식이 맞으면 함께 할 뿐이다. 이번 트레킹은 지리산 둘레길이다. 5월 14~15일에 출발한다.(20100404)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