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구자전거1 -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얼굴엔 땀이 그치지 않는다. 기운도 점점 약해지는 느낌이다. 높새를 끌고 있는 두 손목에서도, 팔뚝에서도 힘이 빠진다. 두 다리도 걷느라 어지간히 지쳤다.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의 어천마을을 지난 지 벌써 30여분은 족히 되었다. 그런데도 이 오르막은 끝날 기미가 없다. 도로 옆으로 펼쳐진 산줄기로 봐서는 제법 산을 올랐다. 다시 높새를 길 옆에 세워두고는 도로 턱에 앉아 숨을 돌린다. 갈수록 쉬는 시간의 간격이 좁아진다. 4시간 전인 아침 7시, 높새는 경남 함양읍에서 추석 연휴 첫날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높새와 노을이가 추석 연휴를 이용해 지리산 한 바퀴 돌기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노을이는 언제부터인가 지방도로를 지날 때면 이런 길을 자전거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노을이와.. 더보기 숲은 내밀했다 프롤로그 숲은 내밀했다. 그저 저희들끼리 연두빛 언어를 주고받으면서도 소란 떨지 않았다. 가끔씩 말 걸어오는 바람에 슬쩍 존재를 나타낼 뿐이었다. 그때마다 땅에 내린 그림자를 그만큼 옮겨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루 그루로 만나 숲을 이뤘음에도 그 공을 뽐내는 이도 없었다. 어느 귀퉁이에 초록이 부족하다 싶으면 이내 양 옆에서 무성한 잎으로 빈 하늘을 감싸 안았다. 그런 내밀한 언어들마저도 단지 숲이었다. 애초 인간이 숲에 길을 낸 것은 어쩌면 숲의 내밀한 언어를 배우고자 함이었을지 모른다. 그 첫 길은 나무 나무가 슬쩍 자리를 비워둔 틈과 틈으로 이어졌다. 숲의 언어를 듣고자 온 이가 차마 나무를 꺾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길은 때로 바위를 넘고, 나무들을 에둘러 뻗었다. 첫 길에 들어선 인간은 자.. 더보기 백두산6 - 그로부터 한 달 그 날로부터 한 달이 됐다. 그럼에도 한 달이란 시간적 거리는 큰 의미가 없다. 지난주에도 그 날은 어제였고, 오늘도 그 날은 어제다. 오히려 요즘엔 그 날이 오늘이 돼 버렸다. 그 날, 백두산을 걸었다. 이틀간의 백두산 여행 여정 중 첫날은 그야말로 ‘관광’이었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인 5호 경계비 근처에 올라 백두산 천지와 주변 봉우리를 조망했다. 평원에서 만난 수천 수만 송이의 야생화, 허리를 깊게 밴 듯 좁고 깊은 금강대협곡을 들러보았다. 그쯤에서 백두산 여행이 끝났다면, 한 달이 지난 지금 그날이 어제가 되고 오늘이 될 까닭이 없었다. 백두산의 진미는 둘째 날 비롯됐다. 둘째 날 우리 일행은 서파에서 북파까지 천지 주변의 능선을 따라 트레킹에 나섰다. 서파 주차장에서 시작해, 마천우(2459),..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