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겨울

눈꽃을 만나기 전까진 나무에 눈꽃이 피는 데 눈만 내리면 되는 줄 알았다. 낮은 기온이 아니라면,나무에 내린 눈이 채 떨어지기 전에 얼게 한 기온이 아니라면 눈은 꽃이 되지 않았다. 거센 바람이 없었다면, 나무에 내린 눈을 적절히 덜어 낸 거센 바람이 없었다면 눈꽃은 피지 않았다. 가득한 눈, 낮은 기온과 거센 바람보다 앞서 나무들이 잎을 떨궈 비워내지 않았다면 눈꽃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겨울산 한라에서 눈꽃을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눈만 내리면 저절로 눈꽃이 피는 줄 알았다.(2012 1230) 더보기
그해 광주, 눈이 되다 2010년 12월 30일, 하루동일 눈이 내렸다. 그 전날에도 눈이 내렸다. 12월 31일 아침까지 눈은 조금씩 내렸다. 12월 31일 아침, 카메라를 들고 베란다에 섰다. 광주에 살면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 될 듯 싶다. 그 겨울에 이처럼 많은 눈이 내렸다는 것, 그것을 기억하고자 흔적을 남긴다. 베란다에서 본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는 야산의 나무들도 눈에 잠겼고, 건너편 아파트 동 앞 베란다에 서 있는 나무들에도 눈이 쌓였다. 집을 나와 걷는 길가에서도 눈들은 넘쳐났다. 눈이 쌓여 꿈쩍도 할 수 없는 차들은 눈속에 파묻히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아파트 단지 옆 인도를 둘러싼 길과 나무, 담에도 눈은 가득했다. 그해 2010년 12월 31일, 광주엔 그처럼 많은 눈이 내렸다.(2010.. 더보기
능선에 서는 자 능선에 서는 자, 능선을 타 넘는 바람과 맞서다. 능선에 서는 자, 능선을 오르는 겨울과 맞서다. 능성에 서는 자, 능선을 떠도는 비구름과 맞서다. 능선에 서는 자, 그 모든 것들을 묵언으로, 오로지 몸으로 행하여 마침내 능선으로 이뤄진 지평을 바꾸다. * 2009년 12월, 전남 보성 녹차밭에 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