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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1천원의 행복, 상추 토요일 저녁 망원시장에 장을 보러갔다 오는 길에 꽃가게 앞에서 기웃거렸다. 지난 2월 이사 때, 그동안 키우던 화초들이 하룻밤 밖에 두었더니 대부분 얼어죽었다. 겨우 2~3개 건진 화분들이 큰방에 점처럼 놓였다. 가게 앞 인도에 놓인 화초들가운데 잘 시들지 않은 작은 화초 두 개를 골랐다. 그 무렵 꽃가게 주인이 문을 열고 알은 체를 하며 나왔다. "이것들은 얼마에요?" "이천원씩이요." 골라놓은 두 개는 사천원이다. 다른 화초들은 썩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이만 갈까 하다가 앞쪽에 놓인 상추 모종을 보았다. "상추는 얼마에요?" 먹고 싶으면 사다먹지 싶다가 집에 남는 화분도 있으니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 구입해 볼계산이었다. "한 개에 이백원이요." "다섯 개 주세요." 1천원이다. 잠시 계산했다. 상추.. 더보기
금강 길은 자연의 본능만 꿈꾼다 옥천군 향수100리길을 달리다 지도는 길을 표현하지 못한다. 거리와 방향만 나타낼 뿐이다. 길 표면이 어떠한지, 길 경사는 어떠한지 등 길의 내밀함을 말해주진 않는다. 여행의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그 지도의 한계로부터 시작된다. 지도가 알려주지 못하는 것들을 기어이 확인하겠다는 욕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적어도 옥천 자전거길인 향수100리를 높새와 달린 이유는 그랬다. 심지어 시청율 높은 1박2일 프로그램에서 방송되었음에도 내 몸은 그 길을 확인하고 싶었다. 11월 22일 높새와의 동행은 대전버스터미널에서 시작했다. 옥천역까지 4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 거리는 '지도'상이었다. 대전시내를 벗어나 가양비래공원이 있는 산자락으로 접어들 무렵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50여미터 남짓 끌고 가던 자전거.. 더보기
그가 돋보일 때 이제 익숙한 길이 되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논둑길이다. 제법 높은 지형에 높은 돌담을 쌓아 만든 논둑길. 산자락이 멀리 물러나 있어 시선에 걸리적거림이 없는 그 길. 이런 맛감 때문에 이미 길을 처음 열던 이들부터 그 맛을 알아 제법 사진에 담았던 길이다. 겨울엔 빈들처럼 논바닥을 드러내다가도 5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초록 벼들이 자란다.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길이지만, 그래도 사람의 발길이 스칠 때 더욱 돋보인다. 그 넉넉함도, 그 푸름도, 그 자유로움도. (20100719)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구간의 논둑길. 2월과 7월의 풍경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