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항이 희망 - 글, 사진과 놀다② 봄에는 무조건 투항이다 몸으로 봄이 되는 생명들 곁에서는 그것도 희망이 된다 사무실에 수많은 화분들이 있다. 화초 키우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대개 서너 개 크고 작은 화분을 책상에 올려둔다. 그 덕분에 어떤 사무실에 들르면 화원에 간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화초를 키우다 보면 종종 흥미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그 가운데 막 싹이 돋는 모습은 흥미를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때마다 짬이 나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어느 동료가 키우던 화분에서 새싹이 돋았다. 잎사귀만 한 개 따서 꽂아 두었는데 용케 뿌리를 내렸다. 아이든 식물이든 생명있는 것들의 세상 첫 나들이는 신비롭기는 마찬가지다. 그 신비로움을 오래 두고자 하는 이라면 천상 카메라의 능력을 빌릴 수밖에 없다. 글이 사진과 노는 .. 더보기
할미꽃, 전주한옥 마당에 피다 전주한옥마을 민박집 마당에 할미꽃이 피었다. 며칠 전만 해도 눈이 내려 겨울이 다시 온 게 아닌가 하던 이들에겐 봄의 증거다. 아침날씨는 쌀쌀하기도 하지만 생명의 기억력 혹은 체감력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할미꽃은 흰털로 덮힌 열매덩어리가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옥집 주인은 할미꽃을 바라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할미꽃의 뿌리는 독성이 강해 옛날엔 이 뿌리로 사약을 만들었다고. 할미꽃은 무척 예쁜 꽃이다. 어릴 적 시골에 살 때 보았던 들꽃이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논에서 일하고 나서 돌아오던 길, 풀밭에 있던 할미꽃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는 할미꽃을 집으로 캐와 옮겨 심었으나 곧바로 시들어버린 적도 있다. 전주시내 한옥마을 마당 옆 아담한 화단에서 본 할미꽃이 그 시절의.. 더보기
물드는 봄 삼월 섬진에 매화 보러 온 나그네, 그 향에 취해 며칠 머물더니 뒤따라 핀 산수유에 눈길을 잡혔네 이윽고 핀 개나리에 반가워하다 아뿔사, 발길 한 걸음 떼지 못하고 사월 섬진까지 흘러가 벚꽃에 인사하네 "봄은 들녘으로 오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물드는 거로군" (20100331) * 섬진강변 강둑으로 핀 개나리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