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날에
미사일이 이라크로 날 때
어디 닭 한 마리가 목표였겠느냐
많은 국가들이
미국을 연모해 휘날렸지만
차마 시민들의 목숨까지는 생각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미사일을
부지런한 CNN이 놓치지 않은 채
큰 성전(性戰)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아이들 피 흘리고
후세인 목소리 홀로 아득하니
클린턴 거기 메마른 평화의 씨를 뿌려라
다시 이라크 공습 뒤에
한반도 북녘을 날 미사일이 있어
이 남한에서 팍스아메리카나를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1998년 12월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할 당시,
이육사의 광야를 패러디해 쓴 ‘전야(戰野)’라는 글입니다.
당시 한 학교 왕따생의 죽음에 분노했던 이들도,
자본과 전쟁이 만든
‘왕따 국가’ 시민들의 죽음엔 무관심 했습니다.
2003년 2월
‘전야’의 주인공이 ‘부시’로 바뀐 이즘,
맨 몸으로 전쟁을 막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라크 반전평화팀입니다.
이들은 이라크 현지의 폭격 목표물 근처에서 평화시위를 벌일 계획입니다.
이 팀의 한상진님은
평화를 얻으려면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참여한 열일곱 살의 남효주님은
혼자 갔으면 더 홀가분했을 것이라며 되레 어머니를 걱정합니다.
한의학을 배우고 있는 은국님은
위험하더라도 50만 명의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되새깁니다.
그때
그들의 안전이
이라크 민간인들의 안전이며
분단된 한반도의 안전이며, 푸른별 지구의 평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