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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웃음이 만든 존엄





웃는다.
저 딱딱한 돌덩이가 웃는다.
이생을 등진 어떤 이의 무덤과 벗하며 웃는다.

언제 죽음이 웃음이었던가!
언제 돌덩이가 웃을 줄 알았던가! 

그럼에도 웃는다. 
두 손 가음에 모으고 웃는다. 
제 존재엔 과분했을 사람 벗을 감싸안고 웃는다.

그 웃음 때문에
한낱 비석 한 개가 
오늘은 사람만큼의 존엄으로 서 있다.  


<사진설명>
운주사 와불에서 산등성을 따라 내려오면 무덤 한 개가 있다. 그 무덤가에 놓인 비석이다. 무표정하기도 하고, 입을 약간 벌린 채 꼬리를 슬며시 올린 모양새가 내겐 웃음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