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 10시쯤, 대학시정에 만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시 쓰는 동호회를 만들자고 했다.
이 지인은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이날 지역 시인모임에 갔단다. 그곳에서 만난 시인들이 너무 고민하지 않고 시를 쓰는 듯해 몹시 실망한 모양이었다. 그 실망의 뒤끝에서, '그렇다면 내가 써 보자' 싶어 대학 때 만난 몇몇 지인들을 떠올렸고, 그 중에 나도 포함되었다.
이 지인의 얘기를 들으며, 곧바로 떠오른 생각은 일을 벌이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시 동호회를 하자면 시도 써야 하고, 또 사는 곳도 서울부터 광주까지 각각이니 날짜를 잡아 이동해 만나야 하고, 만났으니 저녁이든 술이든 젓가락질도 나눠야 하고... . 이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스쳐가며 그 뒤끝에 남은 건 번다함이었다.
한때 시를 흉내 내본 적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다시 쓰고 싶은 미련이 없다. 지금 시를 쓴다한들 그것을 어디에 써 먹을 것인가! 용케 그럴싸하게 잘 쓴다면 그것으로 시집을 내겠는가? 등단을 하겠는가! 시집을 낸들, 등단을 한들 그것은 살아갈 생에서 그리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모처럼 걸려온 지인의 전화는 감사했다. 어쩌면 술 한잔 마시고 속상한 김에 건 전화같은 말투엔 짠함도 남았다. 그러나 마음은 공유할 수 있을지언정 몸까지 가진 어려울 듯 하다.
이제 무엇이든 좋은 거라고 덥석 잡을 수는 없다. 아쉬워도 선택해야 한다. 그게 마흔 넘은 삶의 자유다. 제한이 아니라 자유가 맞다. 분명히 자유다. 많은 걸 가지지 않아도, 소중한 몇 가지 만으로도 충분히 삶을 풍성하게 가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준 자유다.(201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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