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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질렀다 400만원, 유럽을 믿고



1.

3월 5일, 경제적 모험에 뛰어들었다. 외화정기예금에 가입했다. 외화 종류는 유로(EUR). 금액은 400만원 정도. 


2. 

이 예금은 환율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유로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돈을 날린다. 그 지점이 모험이다. 유로가 오늘자보다 200원이 떨어지면 원금만 55만원 정도 손해 본다.


3. 

2주 전까지 외화정기예금이 무엇인지 몰랐다. 달러로 통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정도만 들은 적이 있다. 불가피하게 은행에서 상담을 받았다. 공교롭게 은행 직원도 잘 모른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의 절반은 인터넷 검색을 활용한 자율학습이다. 이 절반마저도 신뢰할 수 없다. 지금도 내가 아는 정보가 맞는지… 100% 확신이 없다. 


4. 

유로에 관심을 가진 건 2~3년 되었다. 유럽 출장을 가며 환전하는데, 언제나 달러보다 비쌌다. 그런데 2주 전쯤에 우연히 보니 1500원대에 있었다. 얘가 언제 이렇게 떨어졌나 싶었다. 검색해보니 유로는 지난해 12월 초에 1740원대 였다. 그 이후 계속 하향 곡선을 그어 3월 5일 현재는 1,549원이다.


5. 

유로의 가치 폭락은 그리스로 대변되는 유럽연합 국가들의 경제적 위기 탓이다. 지금 그리스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전문가도 많다. 조지소로스는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극복하더라도 스페인 등 유로권의 다른 재정 적자국들이 여전히 문제여서 유로가 생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6. 

모험은 위험만으로 이뤄지진 않았다. 이득도 있다. 유로가 1640원대로 오르면 수익이 발생한다. 400만원에 대한 일반은행의 1년 만기 예금 이자 정도다. 그 이상 오르면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챙긴다.  


7. 

경제에 대해선 ‘쌩초짜’다. 그동안 한번도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해 본 적이 없다. 돈이 있다면 오로지 적금이었다. 투자보다 안정선호형으로 살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많이 못 벌어도 좋으니 잘 관리하자는 주의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쓰임새를 관리하는 게 경제적이다. 


8. 

그럼에도 왜 이 경제적 모험을 선택했는가!

답변이 궁색하다. 경제적 행동의 이유를 설명할 ‘경제스러운’ 답이 없다. 경제적 이득을 계산했다는 게 그나마 답변이다. 이 답변은 안정선호형을 깬 이유며, 또다른 경제적 이득상품을 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답변은 1차원적이고, 그만큼 초라하다.


9. 

경제적이지 않은 답은 있다. 유럽연합 시민들과 유럽 사회에 대한 믿음이다. 왠지 이들이라면 지금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듯싶다. 기원도 있다. 국경을 없애고 통합의 사회를 지향하는 유럽연합 같은 대륙 하나 정도는 이 지구에 있어야 할 것 같다. 그 이유가 오늘 무모한 투자를 이끌었다. 냉철한 경제적 현실 앞에서 돈키호테적인 낭만적 가치가 발동했다. 경제적 셈법이 오래갈까? 사회적 믿음이 질길까!  

 

 

10.

늘, 언제나, 항상, 마지노선을 생각한다. 이 선택의 최악은 400만원을 몽땅 날리는 것이다. 이는 곧 유로화의 종말이며, 유럽연합의 절대적 위기다. 그쯤 되면 부자들 빼고 전 세계의 시민들이 휘청거릴 것이다.

이 최악의 경우, 400만원은 내 기원이 무너진 값에 대한 비용이다. (20100305)


<사진설명>
1. 2009.3.~2010.3.간의 유로화의 환율 변동 추이(다음에서 가져옴) 
2.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서 본 해질녁의 파리 전경(2008)

<주의>

이 글처럼 ‘묻지마 투자’는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자칫하면 쪽박 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