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부터 때때로 세상이 슬펐다. 가끔 아무런 이유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니, ‘아무런 이유없이’는 틀렸다. ‘원인을 알 수 없이’가 맞겠다. 처음엔 눈물이 흐를 때마다 짐작으로 몇 가지 원인을 만들었다. 컴퓨터를 오래봐서 그런가보다. 날씨가 차가워져서 그런가 보다.
몇 개월 전부터는 수시로 세상이 슬펐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눈물은 거의 매일 흘렀다. 이젠 짐작으로 만들 원인이 거의 바닥나 버렸다. 남은 건 담담한 마음으로 ‘노안’이라 믿는 것뿐이었다.
오늘 41년 만에 처음으로 안과에 갔다. 안과에 가야지, 가야지. 수십 일을 다짐하다 드디어 이뤄냈다. “시력은 양
호하네요.” 간호사의 말을 듣고는, 의사 앞에 앉았다. 채 5분이 되지 않는 진료시간에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첫 번째, 속눈썹을 뽑는 게 눈 치료가 된다. 간혹 속눈썹이 눈을 찔러 눈물이 나기도 하나 보다. 사실 두 번째, 눈과 코와 입과 목이 서로 통한다. 눈에 안약을 넣으니, 콧구멍안쪽으로 흘러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목구비(目口鼻)의 비밀 통로를 발견한 기분이다. 두 가지 모두 생각해보면 이해되는 사실인데,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다.
진료가 끝났는데 창구에서 병원비를 청구하지 않았다. 안과의 원장이 내 직장을 잘 알고 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청구하지 않았나 보다. 그런 호의를 받을 수는 없었다. 두세 번 진료비를 받으라고 창구직원에게 얘기한 후에 3,000원을 냈다. 낼 돈이 있으면서, 따로 무엇인가로 품앗이 할 수 없는 관계라면 계산을 하는 게 맞다.
5분여 동안의 진료와 약값까지 6,200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 정도만으로 2년 동안 겪은 세상의 슬픔이 모두 걷힐 수 있을까! 이 의문을 종잡을 길이 없는데, 오늘은 하늘까지 슬프다. 비가 내린다. (201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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