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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깊은사람

마음의 계절


 

집 앞 담벼락 너머에

두어 평 남짓한 작은 텃밭이 있습니다.

며칠 동안 잡지 마감한다고 무심코 지났쳤는데,

오늘 보니

텃밭엔 풍성한 여름이 들어와 있습니다.   


어느새 옥수수는

붉은 수염을 매단 채 제 몸을 키워가고

한 켠에서는 고추도 푸릇한 빛깔을 냅니다.

상추는 잎이 드새진 채로 키가 훌쩍 컸습니다. 


누가 심은 건 지 알 수는 없어도,

굳이 거두기 위해 가꾸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봄에는 어린 싹들로 샛초록 땅이었는데  

이 여름엔,


초록 바람이 텃밭을 쓸고 지납니다.  


텃밭에 계절이 내리듯, 

사람들 각자에게도 나름의 계절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여름이지만, 

조금은 쓸쓸한 가을색을 느끼는 하루가 있을 것이고

가을이지만, 

봄같은 산뜻함이 도는 만남도 있을 것입니다.  


일상을, 

하루를 스치는 그 계절의 빛깔을 느낄 수 있다면

마음 안에

그에 걸맞는 씨앗을 한두 알쯤은 품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시간의 계절이 아닌

마음의 계절을 찾고 싶은 날,

그 계절에 맞는

마음의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더욱 풍요로운 하루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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