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작은 화분이 일곱 개 있습니다.
이 녀석들이 이곳까지 와 저와 인연을 맺은 사연은 다양합니다.
라벤다, 골든타임, 레몬밥…
손끝으로 잎사귀를 만지면 향을 내는 허브입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동료들에게서 받은 것들입니다.
야자가 심겨진 화분은
다른 잡지사 기자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신고늄은
집에 있던 화분에서 가지를 따와 수경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올 땐 세 잎이 났었는데
지금은 잎이 일곱 개로 늘었습니다.
나머지 화분 두 개도
책상 한 귀퉁이에서 파릇한 잎을 내밀었습니다.
가끔 화초들을 보면
새 잎을 내미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웃음이 절로 납니다.
마음이 맑아지는 듯 합니다.
저들의 생명이 신비롭기도 합니다.
마감이 한창인 요즘,
출근해 보면
화분에 담긴 화초들이 고개를 꺾고 있곤 합니다.
이내 물을 주면
오후엔 다시 고개를 세우고 활기를 보입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양을 부리는 듯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린양이 아니었습니다.
좀 더 잘 돌봐주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저들의 생명을 온전히 간직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화분에 물을 주면서 다시 생각합니다.
저들의 몸부림은
저에 대한 충고일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화분을 돌볼 만한 여유도 없이 사는 삶에
측은하고 안타까움을 전하며,
천천히 살라는 충고였을 것입니다.
며칠 밤을 지새고 나서야
가녀린 새 잎 한 장 내미는 화초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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