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텃새 비오리, 보길도의 갯돌,
민둥상의 가을억새, 인사동 골목길,
새만금의 백합, 지리산의 물봉선,
그리고 지렁이와 자전거…
제각각인 이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모일 때가 있습니다.
모두 풀꽃상을 받은 ‘자연’들입니다.
풀꽃상은,
사람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며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이 1999년에 만든 상입니다.
비오리는
동강의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남을 정도로 귀엽고 예쁩니다.
보길도의 갯돌은
그저 제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사람과 자연의 거리를 일깨워 줍니다.
민둥산의 가을억새는
매년 어김없이 이 땅의 산들에 흩뿌리는 가을빛입니다.
인사동 골목길은
속도와 큰길의 가치를 넘어 느긋하고 고즈넉이 끌어가는 삶을 가졌습니다.
새만금 갯벌의 백합은
갯벌과 갯벌 생명체들이 영원토록 갯벌에서 살기를 바라는 기원입니다.
지리산의 물봉선은
나비는 앉혀도 사람의 손길엔 질색하는 자태가 이미 인욕의 경계심입니다.
지렁이는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서도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다른 생명을 살립니다.
자전거는
난폭하지 않아 풍경의 일부로 남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입니다.
이들 풀꽃상은
사람이 사람을 대하듯 자연을 대하는 게 옳다고 말합니다.
또한 사람은 자연의 삶을 부지런히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풀꽃상은 지그시 묻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란
곧 사람이 自然스럽게 사는 세상이 아니냐고.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우며,
남을 해하지 않으며,
묵묵히 제 삶을 가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