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 민박집 마당에 할미꽃이 피었다. 며칠 전만 해도 눈이 내려 겨울이 다시 온 게 아닌가 하던 이들에겐 봄의 증거다. 아침날씨는 쌀쌀하기도 하지만 생명의 기억력 혹은 체감력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할미꽃은 흰털로 덮힌 열매덩어리가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옥집 주인은 할미꽃을 바라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할미꽃의 뿌리는 독성이 강해 옛날엔 이 뿌리로 사약을 만들었다고.
할미꽃은 무척 예쁜 꽃이다. 어릴 적 시골에 살 때 보았던 들꽃이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논에서 일하고 나서 돌아오던 길, 풀밭에 있던 할미꽃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는 할미꽃을 집으로 캐와 옮겨 심었으나 곧바로 시들어버린 적도 있다.
전주시내 한옥마을 마당 옆 아담한 화단에서 본 할미꽃이 그 시절의 기억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했다. 아침에 잠깐 만난 그 찰나가, 30여년 전의 기억까지 되돌렸다. 아침햇살이 가장 먼저 할미꽃에 닿은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일 게다. (20100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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