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셋째 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올해 고3과 고1인 두 조카들 얘기를 간단히 물었다. 실업고를 다니는 큰 조카는 대학을 가고 싶다며 밤 11시까지 학원에 있는 모양이다. 자의에 대한 학습이다. 작은 조카 녀석은 공부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나 보다. 실업고도 공부를 웬만큼 해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아 인문계로 갔단다.
4월 중순 <시사인> 직원에게서 정기구독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난 후 내 앞에 놓였던 문제는 세 가지 였다. 시간의 소비, 자원의 낭비, 사회적 후원.
이 문제들 가운데 몇 가지를 풀고자 먼저 떠올린 게 셋째 누나네 조카들이었다. 누나가 세 명에 조카들은 여섯 명인데, 이 가운데 가장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셋째 누나네집이었다.
세가지 문제를 푸는 방식은 간단하다. 정기구독을 신청한다. 그럼 사회적 후원 문제가 '일단' 풀린다. 신청한 잡지를 조카들 앞으로 보낸다. 이러면 시간의 소비 문제가 해결된다. 동시에 자원의 낭비도 '일단' 말끔히 정리된다.
조카들이 시사잡지를 읽었으면 하는 마음엔 지적 힘에 대한 믿음이 있다. 조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 지 모르겠으나 무엇을 하든 '의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과 세상을 보는 지혜가 있다면,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장차 노동자가 될 조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시사잡지를 통해 한뜸 한뜸 깨우쳐 나가길 바랐다. 조카들이 이 마음을 이해할 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할 만큼은 하고 볼 일이다.
세 가지 문제를 푸는데 '일단'이란 순차를 둔 것은 세 가지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카가 잡지 읽기를 꺼려한다면 자원의 낭비는 해소되지 않는다. 한 석달 정도 지켜보다가 잡지보내기를 계속할 지 판단해야 한다. 사회적 후원 또한 다른 여타의 잡지들에 고민까지 풀지는 못했다.
4월 29일. <시사인>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약속한 바가 있어 비록 신청은 4월에 했지만, 구독료 납부는 5월 3일에 하기로 했다. 4월에 정기구독료를 내면 <한겨레21> 구독료와 함께 지급되기 때문에 지출비가 너무 커진다.(201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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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구독을 두고 생각할 소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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