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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전화없이 전화걸어 전화찾기


자동차에서 내렸다. 아파트 입구다. 차가 막 떠나고 습관처럼 주머니를 만졌다. 아차! 핸드폰이 없다. 방금 떠난 차에 떨어뜨렸나 보다.  다행히 택시가 아니다. 차 주인은 글쓰기 강의를 듣는 수강생인데, 함께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을 불러 나를 바래다주던 참이었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바로 앞이 집인데 집엔 전화가 없다. 밤 1시니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잠시 생각했다. 핸드폰이 없으면? 일단 내일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문제다. 7시까지 사무실에 가려면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누군가에게 내일 아침에 전화로 깨워달라고 할까... 하려던 차에 '아! 전화기가 없지!'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공중전화기도 안 보인다. 근처 어디에 공중전화기가 있었나 생각한다. 안 잡힌다. 다시 둘러본다. 아! 입구에서 10미터 떨어진 곳에 전화기 박스가 있다.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니다. 전화카드가 없다. 동전도 없다. 이런 동전을 바꿀 가게도 없다. 포기할까 싶다가 공중전화 부스까지 걸어갔다. 

다시 생각한다. 전화기는 분명히 차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6시에 일어나는 것은 정신력으로 감당해볼까 싶다. 7시에 사무실 출근해서 그곳에서 차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핸드폰을 찾아 달라고 한다. 이 시나리오를 생각하는데, 공중전화가 신용카드 사용이 되는 모양이다. 

체크카드를 꺼내 안내문대로 읽으니 전화가 된다. 다행히 차 주인의 전화번호를 적은 수첩이 있다. 전화를 걸어 통화가 됐다. 내 핸드폰이 거기 있는 모양이니... 내일 찾겠다고 했다.     

차 주인은 자신이 곧 가져다 주겠단다. 차로는 3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그런 민폐를 끼칠준 없다. 잠시 생각한다. 내가 집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올까?  위험하다. 한적한 길이긴 하지만 술도 마셨고, 밤도 깊었다. '가져다 주겠다'와 '내일 찾겠다'는 말이 오고가다 끝을 못 맺고 전화를 끊었다. 별로 오래 하지도 않았는데  220원이다. 

전화를 끊고 나니 정말 내 핸드폰이 그 차에서 떨어진 건 맞나 싶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내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간다. 잠시후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차 주인이다. 전화를 찾았다며 지금 택시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역시 몇 번 만류하다가 내 위치를 얘기하고 끊었다. 이번에도 220원이다. 
술을 많이 마신 것은 아닌듯한데, 처음으로 핸드폰을 두고 차에서 내린 것이니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가 없게 됐다.

3분 쯤 지난 후, 택시 한 대가 아파트 입구에 섰다. 그는 택시에서 핸드폰을 내게 주었다. 그리곤 곧장 되돌아갔다.  이로서 5분 남짓만에 핸드폰과 재회가 이뤄졌다. 그동안 내 옆을 지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난감했던 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정리됐다. 고마운 사람, 한 명의 수고 덕분이었다. (20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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