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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깊은사람

나는 아니더라도


 

그의 연기에 즐거워했던 사람들 가운데 

정작 ‘커망아웃’ 이후 그의 고통은 얼마나 나누었을지… 


2000년 가을 ‘커밍아웃’한 홍석천님은

그 후 1년 여간 방송에 출연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 때문에,

무엇을 위해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가수 이상은의 격렬한 춤에 반해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석천님은 

영원한 은사 최형인 교수를 만나 연극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적어도 한 사람은 그의 고통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어머니가 딸만 셋 낳아 아버지가 이복형을 둔 일, 

중학교 때 남학생들로부터 성폭행 당한 일, 

연기자로서 가진 얼굴 콤플렉스,

여성보다 남성을 더 좋아한다는 성적 정체성… 

그 모든 고백은

최 교수와 나눈 석천님의 고통이었습니다.


‘커밍아웃’ 이후

동성애 단체가 주관한 행사에 참석했던 그에게 언론에서 물었습니다.  


- 석천님을 ‘이용’하는 건 아닐까요?

“제가 참석하는 이유는 ‘내가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정체성이 담긴, 흔들림 없는 그의 답변이었습니다.


어쩌면 언젠가 말한 최 교수의 격려 한 마디가

그런 힘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석천아! 너 괜찮지? 너는 괜찮은 놈이야.

너 잘 했어. 너니까 커밍아웃 하는 거야.“


‘나는 아니더라도’

부당한 고통에

격려와 위로로 연대할 수 있다면

사회적 소수자들은

편견과 차별에 고통 받는 이들이 아닌,

단지 수적인 소수자만을 의미할 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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