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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깊은사람

보증없는 삶

 


올해 마흔인 한 아줌마가

남편 후배의 회사에 보증을 섰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채무를 안고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차압에 대비해 살림을 옮기라거나

집이라도 보존하려면 서류상 이혼을 하라는 등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잇따를 무렵, 

전업주부로 살아온 아줌마는

정작 자신의 삶은 아무런 보증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줌마에겐 그의 이름으로 된 재산이라곤 10원도 없었습니다.

결혼 전 직장에서 모았던 돈은

이미 신혼살림 장만에 고스란히 들어가 버렸습니다. 

결혼 후 재산은 집이며 현금까지

모두 남편이름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남편의 말을 듣고 보증을 섰음에도

법정에 설 두려움에 남편에게 함께 가 달라고 부탁했지만, 

남편의 대답은 냉정했습니다.

“내가 갈 필요가 뭐 있어?”

돌이켜보면 첫 아이 유산 후 힘들었을 때도 

큰 아이 낳으려 수술할 때도 남편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어느날

갓 배운 글쓰기로 법정 출두를 전후한 사연을,

한 인터넷 신문에 올렸습니다. 


그 후에 그 아줌마는 또 다른 삶을 경험했습니다.

기사 조회수가 5천명을 넘어 설 때는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단지 무서움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번 주 내내 울기만 했습니다.”


남성인 저로서는 

여전히 비혼인 저로서는

그 눈물의 의미를 모두 이해하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만 

‘나’는 없고 ‘가정’만 있는 결혼생활의 허함.

혹시나 남편이 읽었을까 싶은 두려움,

갓 배운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 등이 교차했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의 밑바닥에 ‘여성으로서의 삶’이 있었음을,

그  삶은 결코 남성에 의해 지탱될 수 없음을,  

언뜻 언뜻 깨닫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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