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어떤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명함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하는 일이 건설 현장의 막노동이다보니
명함을 만들어도 새겨 넣을 회사이름이나 직책이나 직위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명함을 가질 기회가 생겼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만든 건설회사에서 직책을 맡게 된 것입니다.
회사 이름과 함께 직책이 새겨진 명함을 만든 그는
그 기쁨에 가족들을 모아 파티를 열었습니다.
다음 날엔 고향으로 내려가
고향 사람들에게 일일이 명함을 돌렸답니다.
‘금의환향’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가벼운 명함 한 장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직장인들이라면 으레 갖게 되는 명함이지만,
명함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습니다.
“나 명함 하나 만들어줘요.
그럴 듯한 명함 하나 만들어 아이들한테 보여주는 게 내 평생 소원이오."
몇 년전 어느 주민이 선거운동에 나선 한 국회의원 후보에게 한 얘기입니다.
명함 한 장 갖는 게 평생소원이라고 말하는 이들,
이들은 우리의 이웃입니다.
‘명함 없는 이들’에게 명함은
작은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자꾸만 주눅 들게 하고 어깨를 처지게 하는
권력이고 힘이며 또 하나의 기득권입니다.
단지 작은 종이쪽지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때론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그 이웃들과 함께 산다면,
무작정 명함을 건네는 우리네 문화도
명함 없는 이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