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새벽부터 중국대사관 앞에는
불법체류 자진신고를 위해 여권을 재발급 받으려는
수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줄 맞춰 앉아 있었습니다.
경찰은 질서유지를 위해 통제에 나섰습니다.
"모두 앉아! 당신 왜 일어섰어? 당장 집으로 가!"
다음날엔 번호표를 나눠주던 또 다른 경찰이 외쳤습니다.
"서류를 안 갖고 온 새끼들은 당장 나와!
당신들 진짜 개새끼처럼 굴 꺼야?“
한 경찰서에도 여권분실신고를 하려고 수많은 조선족동포들이 몰렸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워낙 저들끼리 싸우기를 좋아해요?"
‘질서유지’가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경찰의 말끝에는 ‘중국’ ‘중국’하면서 욕이 뒤따랐습니다.
그 안에 있던 한 조선족 동포는
욕이 울컥거렸지만 참아야 했습니다.
중국 사람이 모두 그런 건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불법체류자 처지엔 그 역시 과욕이었습니다.
그는 밖으로 나와 음료수를 한 병 사들고
경찰서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불법체류자들의 서류를 작성해 주느라
땀을 흘리고 있는 한 청년에게 음료수를 건넸습니다.
"수고하십니다! 목이나 축이세요."
감사 인사와 음료수 한 병 정도 건넬 줄 아는 중국 사람도 있다는 것,
그것이
불법체류자로 3년간 머물다
이제는 채 1년도 안된 기간동안 합법 체류자가 된
한 조선족 동포가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항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