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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축구동호회, 첫 경기


첫 경기. 상대편은 빨랐다. 중앙에서 좌우로 뿌려주는 공은 대부분 우리편 수비진의 뒷쪽으로 이어졌다. 내가 맡던 오른쪽에도 그렇게 공이 넘어왔다. 달려오는 상대방 공격수를 보았지만, 어느새 그는 나를 앞질러 공을 발로 잡고는 골대로 향했다. 내 뒤쪽에 우리편 수비수는 없었다. 골키퍼와 1대1 상황. 그렇게 골은 들어갔다. 두 번째 골도 내가 맡던 오른쪽이 뚫렸다. 가운데로 들어오는 상대편을 맡으려다 보니 불가피했다.

두 번째 경기. 다시 내가 맡던 오른쪽이 뚫려 한 골이 들어갔다.

세 번째 경기. 우리 편 골키퍼가 펀칭한 공이 페널티킥 지역에서 공중에 뜬 순간, 상대방 선수와 동시에 공중에 뜬 축구공을 향해 발을 올렸다. 그런데 내 발은 상대방의 발목을 찼다. 상대방은 약간의 과장된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내 행동은 반칙이 선언돼 패널티킥을 내 주었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1월 7일 오후 작년 5월 이후 8개월 만에 축구를 했다. 한 달여 전 성산동에 사는 어떤 이에게 축구동호회를 소개받았다. 그 후 매주 일요일에 경기가 있을 때마다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러던 차에 첫 동호회 모임이 나갔다. 동호회는 성미산에프씨. 마포구 성산동 주변에 사는 이들로 구성되었다는 것. 최근 1개월 동안은 참여가 그리 활발하지 않다는 것 정도가 1월 7일 첫 경기에 나설 때까지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동호회에 나가기 전 망설임이 많았다. 1월 첫 주 하루 빼고 술을 마셨고, 전날 마이산 등산을 하고 언 터라 체력이 어떨까 싶었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지면 결국 동호회에 참여할 기회는 없을 듯 했다. 경기 복장도 걱정이었다. 1월에 축구경기를 해 본 적이 없어 반바지를 입어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래도 동호회인데 라는 생각에 반바지 체육복을 챙겼다.  

경기장은 김포시 통진읍 통진고등학교 인조잔디구장. 일행의 차를 타고 그곳에 도착하니 다른 두 팀이 와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복장은 모두 긴 바지다. 결국 성산동에프씨에서 나와 다른 한 명만 반바지를 입고 뛰었다. 다행히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경기는 뛸 만했다.

경기는 세 팀이 돌아가면서 25분씩 경기를 뛰었다.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총 다섯 경기에서 나는 세 경기를 뛰었다. 내 자리는 오른쪽 수비수. 거의 20년 만에 다시 맡아 보는 위치다. 비록 경기 중에 많이 뚫리긴 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몸이 풀렸다. 또한 성미산에프씨의 움직임들도 조금씩 보였다. 세 번째 경기에선 패널티킥 지역에서 골리퍼와 1대1인 상황이 되려던 공을 막으려 태클을 들어갔다가 무릎에 2주는 갈만한 타박상을 입었다.  

일요일 오후 시간을 온전히 동호회 활동에 투자하는 게 조금 아쉽긴 한데 잘 참여했다 싶다. 오른쪽 수비수로 시작했으니  당분간은 거기가 내 자리가 될 듯 싶다.  

아무런 연고없는 이 동호회에서, 더욱이 남자들만 모인 모임에서, 내가 어떻게 생활할 지도 또다른 호기심거리다.(201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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