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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내 집 지을 꿈 찾기


마포구 성산동에 소행주라는 모임이 있다. 소행주는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의 줄임말인데, 성산동에 공동으로 4~5층 정도의 다세대 주택을 짓는다. 입주자 모집은 주택을 짓기 전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집을 지을 때 입주예정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다. 이미 지난해 건물 한 채를 지어 올 초에 입주했다.
 

이번에 내게 온 기회는 소행주 2호였다. 역시 성산동에 짓는 4층 짜리 다세대주택이다. 내가 정보를 접한 때는 이미 대부분의 입주자들이 정해진 후였다. 남은 세대는 2층에 있는 23평형이었다.  

소행주 2호 소식을 접한 다음날 저녁 9시경에 성산동에서 소행주 대표를 만나 집을 지을 부지를 구경했다. 방향이나 위치 등이 나쁘지 않았다. 3층보다 좀 못한 2층의 조망권이 조금 아쉬웠다. 
 

남은 궁금증은 집 넓이였다. 소행주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한 가지가 공동 공간이었다. 입주예정자들은 그동안 모임을 몇 차례 진행했는데 그때 나온 의견 가운데는 공동창고를 두자거나 공용 대형세탁기를 두자는 등의 의견이 나온 모양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3평형이라지만 실제 내가 쓸 수 있는 전용면적이 얼마인지는 무척 중요했다.   
 

넓이는 소행주 대표를 만난 다음날 도면을 받고 확인했다. 계산해보니 15평이었다. 소행주의 또다른 매력은 내가 살 공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건물을 유지하는 기본 골격이야 어렵지만 방 개수, 창문 위치 등은 입주자의 의지가 반영된다. 이 점이야말로 내가 소행주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그 15평을 두고 내가 꾸미고 싶은 공간을 설계했다. 가급적 탁 트인 방 하나로 집을 구성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었다. 거기에 옷 등을 넣을 방을 가능한 작게 따로 하나 두면 족했다.

그런데 방 크기에 욕심이 생겼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망원동은 전용면적이 14평이다. 혼자 쓰기에 충분한 크기다. 거기에 비하면 15평은 작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15평이 작아보였다. 
 

이 욕심엔 세월의 변수도 있었다. 만일 소행주에 입주한다면 최소 10년은 거주할 생각이다. 그 10년 동안 여전히 혼자 살 것인지, 누군가와 함께 살 변수가 생긴다면 이른바 301-302호론은 불가능한 것인지 등이 함께 고려되었다. 
 

그쯤에서 소행주 2호 입주 생각을 접었다. 새 집을 마련하는 게 더 이상 주거공간 자체만의 의미는 아니었다. 삶의 형태까지 예측해야 했다. 아마도 소행주가 계속 된다면 다시 관심을 가질 듯 싶다. 그때는 좀더 일찍 결합해 내 공간에 대한 설계를 제대로 하고 싶다. 물론 이 설계에 가장 큰 변수는 경제력이 될 것이다. (20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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