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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글쓰기

동그라미를 보면 인권이 떠오르는, 마법(책 소개)

 

 

<책을 펴내며>

 

동그라미를 보면 인권이 떠오르는, 마법

 

 

 

1.

마법을 떠올렸다. 인권을 쉽게 이해하는 마법. 인권을 교육할 때마다 그 마법이 절실했다.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는 이 매력적인 의미가 온전히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과 손발에 스며들 수 있는 마법을 찾고 싶었다. 인권에 대해,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늘려 줄, 편견을 없애고 식견을 넓혀 줄, 반감을 거두고 공감이 스미게 할 마법이 필요했다. 동그라미 하나를 그렸다. 그 동그라미에서 인권의 모든 세상을 보았다.

 

오늘부터 동그라미를 보면 인권이 떠오를 것이다.

마법의 효과다.

동그라미는 인권이다. 인권은 동그라미다. 동그라미는 인권이다.

마법의 주문이다.

모든 사람은 자유, 존엄, 평등의 원 안에서 살 권리가 있다.

마법의 진실이다.

 

2

마법의 <동그라미 인권>은 인권을 세 가지 영역으로 담았다. 동그라미를 만나기 100미터 전 영역, 동그라미 안팎의 영역, 동그라미의 경계 영역이다.

 

동그라미를 만나기 100미터 전 영역에는 인권감수성이 있다. 인권감수성은 일상에서 인권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인권의 촉에 머물지 않고, 반응으로 발화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인권의 촉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으로 시작해, 인권을 제대로 알아야 진화한다. 그 인권을 만나는데, 배려, 도덕, 범죄, 의도 등의 고정관념은 걸림돌이다. 진흙 묻은 신발처럼 고정관념은 벗어야 한다. 이 내용을 제1부에 담았다.

 

동그라미 안팎의 영역에는 인권의 개념이 바탕으로 깔려있다.

인권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그야말로 ‘모든(All)’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동그라미 밖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그래서 더할 사람이 필요하다. 때로는 잠시 동그라미 밖으로 빼야 할 사람도 있다. 그런데 뺄 기준과 조건과 범위를 잘못 정하면 인권을 침해하게 된다. 이 내용을 제2부에 담았다.

 

인권의 개념 중 동그라미 안은 인권의 땅이다. ‘자유, 존엄, 평등’으로 이뤄진 땅이다. 이 땅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일상의 언어가 아닌 인권의 언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인권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교과서와 참고서가 필요하다. 헌법, 법률, 세계인권선언, 국제인권조약, 인권조례 등으로 인권의 언어를 배운다. 인권의 언어로 자유, 존엄, 평등을 이해하면 인권의 목록도 인권의 속성도 깨닫게 된다. 이 내용을 제3부에 담았다.

 

동그라미의 경계 영역엔 인권의 작동이 있다.

인권이 작동하는 경계에서는 일상의 다양한 행위가 인권 원칙과 상호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자들이 등장한다. 인권에 무지하거나 권력에 무책임한 개인들이 인권침해자다. 공권력, 자본권력, 일상권력 등 각종 권력들, 구조와 제도, 조직문화 등의 사회 환경이 인권침해자다. 개인과 사회환경은 서로 엮여 모든 사람의 인권을 침해한다. 이 내용을 제4부에 담았다.

 

인권의 작동에는 인권 동그라미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인권옹호자들도 있다. 책무이행자로서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업, 학교, 시설, 협회 등 집단들이 인권옹호자로 거듭난다. 인권단체와 언론은 인권촉진자의 역할로, 개인은 인권연대자로서 인권이 선순환하듯 작동하도록 돕는다. 이 내용을 제5부에 담았다.

 

인권의 작동에는 인권의 질문들도 있다. 동그라미의 경계 영역은 인권의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 동그라미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맞닿아 있다. 그래서 질문들이 쌓인다. 피해자 인권은 없잖아? 인권은 편파적이잖아? 인권은 훼방꾼이야? 인권은 불편해? 인권은 딜레마 아냐? 경계를 파괴하거나 확장할 수 있는 이 질문들은 경계에서 만날 필연이다. 이 내용을 제6부에 담았다.

 

3.

<동그라미 인권>은 3년 전 공동 저자로 출판했던 <인권, 교육에 푹>의 제1부 인권의 개념과 제2부 인권의 작동 부분의 확장판이다. 내용이 두 배가량 늘었다. <인권, 교육에 푹>에서 인권의 개념과 작동을 ‘H-MAP’으로 설명했는데, 이번엔 ‘CIRCLE-MAP’으로 재정립했다.

전면 개편을 하면서 인권의 작동 부분을 대폭 다듬었다. 책무이행자로서의 소속 집단, 인권연대자로서의 개인, 경계에서 만난 질문들 부분은 거의 새롭게 정리했다.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라 글 쓰는 동안 즐거웠다.

 

<동그라미 인권>의 목적은 인권의 이해를 돕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세상에 이미 나온 인권의 재료를 활용해 ‘CIRCLE-MAP’을 완성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들의 20년간 노고가 담긴 결정문은 전문성을 키워주었다. 언론사 기자들의 보도와 전문가들의 기고는 세상을 보는 시야를 확장해 주었다. 전문가들의 출판물이나 연구보고서는 다양성을 심어 주었다. 이들 덕분에 인권전문가인 척 시늉 내며 원고를 엮었다. 프레임은 짰지만 사례들은 빚진 셈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많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인권과 민주주의 관계다. 인권은 민주주의 없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민주주의 또한 인권과 별개로 존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다수결 원리'라고 오해하면 인권에 걸림돌이 된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인권의 작동 영역에 포함했어야 했지만, 필자의 지식이 짧아 독자들은 다른 전문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동그라미 인권>은 교사, 군인, 사회복지사를 우선 독자로 삼았다. 학교, 군, 사회복지 현장은 인권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이다. 더불어 아동, 장애, 여성, 노동자, 성소수자, 운동선수, 군인 등 각 대상별 인권 사례도 담고, 양심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평등권 등 영역별 인권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인권교육가들에게 권하고, 시민들에게 자천한다.

 

카푸친 원숭이 실험이 있다. 프란스 드발과 세라 브로스넌이 진행한 이 실험은 우리 안에 갇힌 두 마리 원숭이가 대상이다. 원숭이들이 조약돌을 주워 실험자에게 건네주면 실험자는 보상으로 한 마리에게는 오이를, 다른 한 마리에게는 포도를 준다. 이때 오이를 받은 원숭이는 포도를 달라며 오이를 던져 버리고, 창살을 흔들며 시위도 벌인다. 간혹 인권교육에서 이 이야기와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여기 계신 분들이 저 원숭이보다 두 가지 면에서 못난 분들입니다. 저 원숭이는 자신이 차별받는 것을 알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가 인권침해를 당해도 잘 모릅니다. 또한 원숭이는 차별받는 걸 알고 시위도 하고 저항도 하지만, 우리는 설혹 인권침해 당한 걸 안다 해도 저항하지 못합니다. 조직에서 찍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숭이보다 못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못난 이유는 그동안 한 번도 인권교육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숭이보다 존엄한 존재인 사람이 원숭이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라도 <동그라미 인권>을 권한다.

 

4.

인권은 삶이다. 의식주가 인권이고, 노동이 인권이며, 관계가 인권이고, 말글이 인권이다. 삶에 마법은 없다. 그러니 인권에도 마법은 없고, 인권을 이해하는 방법에도 마법은 없다. 그런데도 마법을 이야기했다. ‘인권’ 이 단어를 써 놓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들여다보면 가슴이 설렌다. 인권, 그 자체가 마법이다. 자본이 건재하고, 폭력이 잔존하는 세상에서, 사람의 가치를 발견하고, 인권을 발명한 그 과정이 마법이다. 사람이 존엄하다고, 더욱이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고 약속한 인류의 담대함이 마법이다.

 

20년 전 마법처럼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 그곳에서 20년을 보냈다. 능선 같은 30대와 골짜기 같은 40대가 고스란히 담겼다. 50대를 시작하며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존엄은 증명하지 않을 때 더욱 값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하루하루 존엄을 불심검문한다. 감염자는 아프고, 이웃들은 경계하고,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밥벌이가 더 고되어졌다. 가끔은 안타깝고 간혹 서글프다. 그래도 잊지 않아야 한다. 서로가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중략)

 

봄에 찾은 부산은, 여름을 건너 가을에 다다랐다. 부산은 수영강에 내린 야경이 마법이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달달한 바람이 마법이다. 온천천의 밀물 썰물도 마법이다. 그 마법들이 낯선 도시의 일상에 조금은 외로움으로 깃들었다. 책을 쓴 힘의 한 줌 정도는 낯선 부산이 준 외로움이다. 그 외로움을 털어내며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면, 인권의 모든 세상이 보인다.’

 

2021년 가을 수영강의 밤바람이 좋아…

노을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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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동그라미 인권

 

1부 감수성, 동그라미를 만나다

1. 기승전, 인권감수성

인권감수성, 그 후 20년 / 인권, 촉이 좋다 / 촉이 발화하다

 

2. 훈련, 타인 공감

고통에 대한 공감 / 왜 이혼 안 해? / 결국, 인권이 시작

 

3. 벗어야 할 신발들

인권에 붙은 고정관념 / 도덕 너머 범죄 사이 / 개인의 품격, 사회의 품격

 

2부 인권개념: 모든 사람의 동그라미

1. 한 개의 동그라미, 인권의 모든 세계

단 하나의 문장 / 동그라미에 담긴 인권 개념 / 경계의 세 가지 현상

 

2. 동그라미 밖의 사람들

동그라미, 한 발 뒤로 / 인권 밖에 사람이 있다 / 그 이름, 사회적 약자ㆍ소수자

 

3. 뺄 사람의 기준, 조건, 범위

‘뺄 사람’이 있다 / 인권, 침해와 제한의 경계 / 두 번째 합의가 더 중요해져 버린 현실 / 영웅도 헷갈리는 ‘뺄 사람의 기준’ / 평등에서 ‘뺄 수 있는 조건’ / 뺄 수 있는 범위 / 본질적 내용 침해 불가

 

3부 인권개념: 동그라미 안, 인권의 언어

1. 인권의 언어, 교과서들

‘일상의 언어’의 한계 / 헌법이 말하는 ‘행복’

 

2. 법, 그 너머의 자유․존엄․평등

‘편의’는 덤 아닌 기본값 / 인권을 구체화한 법률들 / 인권의 언어 참고서, 조례 / 인권을 침해하는 법들 / 인권은 정류장 아닌 버스

 

3. 세계의 교과서, 국제인권조약

세계인권선언의 몸통과 다리 /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 / 국제인권조약 활용법

 

4. 김춘수의 꽃을 닮은 인권

권, 한 글자의 차이 / 존엄을 보장받을 권리 / 차별받지 않을 권리 / 인권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인권의 목록 / 인권의 씨줄과 날줄

 

제4부 인권작동: 인권침해자들

1. 무지한 개인, 책임 가진 개인

경계에서 작동하는 인권 / 인권에 대한 무지(無知) / 편견과 선입견 / 잘못 사용하는 책임들

 

2. 권력, 인권을 범하다

사회 환경에 주목하는 이유 / 공권력 / 자본 권력 / 일상의 권력, 위계

 

3. 구조와 조직문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 법규가 만든 인권침해 구조 / 법도 넘지 못한, 조직문화

 

4. 인권침해 원인은 복잡하다

위계가 만든 조직문화 / 학교장의 편견, 방치하는 환경

 

제5부. 인권작동: 인권옹호자들

1. 국가의 존재 이유

누가? 누구에게? / 국가의 인권 보장 의무 / 국가의 3대 인권 책무 / 긴급재난지원금의 정체 / 국가인권기구를 만들다 / 지자체 인권조례의 힘

 

2. 인권책무이행자의 확장

그곳의 ‘최우선’은 누구? /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책무 / 인권교육이 의무화 된 이유

 

3. 가까이 선 옹호자, 집단

소속 집단의 힘 / 페이스북이 67조원을 잃은 이유 / 국제사회가 약속한 기업과 인권

 

4. 인권촉진자, 인권단체와 언론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인권단체 / 경계를 넓히는 힘 / 국제 인권단체의 활동 / 언론의 인권침해 예방법 / 언론, 인권 사각지대를 발굴하다

 

5. 인권연대자, 개인

인권보유자의 변신 / 타인의 권리 존중은 기본 / 경계로 온 개인들의 실천 / 우리는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6. 포지션은 다르지만, 결국 원 팀

주체별 혐오표현 대응법 / 저는 당신들의 편에 섭니다

 

제6부 인권작동: 경계에서 만난 질문들

1. 피해자 인권은 없나?

피의자, 수용자, 전과자 / 재난피해자, 산재피해자도 있다 / 공권력의 피해자는 외면받았다 / 테러리스트를 변호하는 이유 / 피해자의 인권 보호 방법 / 피해자 보호도 국가 책무다 / 공권력 피해자 보호 주체는 공권력 / 가해자는 하나가 아니다 / 피해자는 어떤 구조에 있나?

 

2. 인권은 편파적인가?

세 개의 얼굴이 있다 / 서로 바라보는 얼굴이 다르다 / ‘편파성’은 무혐의다

 

3. 인권은 훼방꾼인가?

교권과 학생 인권, 보호자가 동일하다 / 군 지휘권이 불편부당하지 못했다 / 다시 쓰는 지휘권, 군인복무기본법 / 지휘권, 결국 인권 보호다

 

4, 인권은 불편한가?

불쾌해서 불편하다 / 성가셔서 불편하다 / 번거로워서 불편하다 / 낯설어서 불편하다 / 미안해서 불편하다

 

5. 인권은 딜레마인가?

문제를 누구의 시선을 보는가? / 그게 내 직업이다 / 최저임금은 인권 딜레마일까? / 권리간의 충돌 / 교사들이 10여 년째 못 푼 인권 / 인권을 양보하고 얻을 다른 인권은 없다 / 모든 경계의 구분은 본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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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개> 

 

노을이(노정환)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때부터 인권으로 ‘밥 먹고’ 살면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 강사양성과정을 기획․운영하였다.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사회복지지설 종사자, 교사 등을 만나, <인권감수성의 이해>, <인권의 이해>, <차별의 이해>, <인권교육 기획법>, <인권친화적인 글쓰기>, <인권강의 코칭> 등을 교육하였다. 또한 청소년권리교육강사, 군인권교관, 장애분야인권교육 강사, 아동분야인권교육 강사 등 강사양성과정에서 강의를 진행했고, 2016년과 2020년에 국방대학교 우수강사로 선정되었다.

 

저서로는 공저로 〈디카 주제논술Ⅰ〉(천재교육, 2007.), 〈디카 주제논술 Ⅱ〉(천재교육, 2007.)와 <인권, 교육에 푹>(에듀플랜북스, 2018.)이 있다.

 

이메일: intopeacei@hotmail.com

블로그 : 글놀이꾼 노을이(sefull.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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