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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이 내리면 길은 다시 시작된다 다시 광주에 눈이 내린 1월 13일, 강진으로 출장을 나섰다. 두 명이 관용차량을 타고 떠나기로 한 출장을 도로사정을 염려해, 뚜벅이족인 나 혼자 대중교통으로 떠났다. 간밤에 내린 눈 덕에 얻은 호젓한 출장길이다. 광주시내를 벗어나 나주, 영산포, 영암, 성전을 거쳐 강진으로 가는 길. 버스 맨 앞 자리에 앉아 카메라를 꺼냈다. 1. 눈 내리는 그 도로에서도 눈에 남는 건 사람이었다. 어젯밤 내린 눈이 쌓이고, 다시 내리는 눈 사이로 도로를 따라 한 촌부가 길을 나섰다. 눈이 내리면 길은 다시 시작된다. 차가 달리는 길이 도로이고, 사람이 걷는 길이 인도다. 경계가 가려져 위험한 길이고, 경계가 허물어져 자유로운 길이다. 그럼에도 자유보다 위험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경계만을 의존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더보기
오직, 실천이 힘이다 지리산에 가겠다 하면 생각이 먼저 발목을 잡는다 그 가파른 고개를 어찌 오르겠다고 그 긴 산길을 어찌 걷겠다고 그 무거운 배낭을 어찌 메겠다고 그 매서운 추위를 어찌 감당하겠다고 그 무엇을 어찌... ... 생각에 붙잡힌 발목을 풀려면 생각을 먼저 풀어야 한다 생각이 모두 맞지만, 그래도 이번만은 무작정 가 보자고 달래고 얼러 생각을 풀고는 지리산에 가면 가파른 고개도, 긴 산길도, 무거운 배낭도, 매서운 추위도, 생각보다 몸이 먼저 이겨간다 오직 실천이 힘이다 실천이어야 지리산을 만날 수 있다 1994년 겨울지리산에 올랐다. 그동안 겨울지리산을 맛보고 싶어 몇 차례 올랐던 기대를 이때서야 풀었다. 제대로 된 눈보라와, 무릎을 넘게 쌓인 눈더미로 가로막힌 눈들이 지리산을 겨울답게 했다. 백무동에서 하동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