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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오직, 실천이 힘이다


 

지리산에
가겠다 하면
생각이 먼저  발목을 잡는다
 

그 가파른 고개를
어찌 오르겠다고

그 긴 산길을
어찌 걷겠다고

그 무거운 배낭을
어찌 메겠다고

그 매서운 추위를
어찌 감당하겠다고

그 무엇을 어찌... ...

 생각에 붙잡힌 발목을 풀려면
생각을 먼저
풀어야 한다

생각이 모두 맞지만,
그래도 이번만은 무작정 가 보자고

달래고 얼러
생각을 풀고는
지리산에 가면

가파른 고개도,
긴 산길도,
무거운 배낭도,
매서운 추위도,

생각보다 몸이 먼저 이겨간다


오직
실천이 힘이다
실천이어야
지리산을 만날 수 있다






<사진설명>
1994년 겨울지리산에 올랐다. 그동안 겨울지리산을 맛보고 싶어 몇 차례 올랐던 기대를 이때서야 풀었다. 제대로 된 눈보라와, 무릎을 넘게 쌓인 눈더미로 가로막힌 눈들이 지리산을 겨울답게 했다. 

백무동에서 하동바위를 지나 장터목산장을 거쳐 천왕봉에 올랐을 때, 거기엔 녹은 눈이 얼음이 돼 천황봉 바위를 뒤덮었고(첫 사진),  서쪽면에는 하얀 눈꽃이 피었다.(셋째 사진)
장터목의 고사목 지대를 지나(둘째 사진) 하산하면서 세석산장, 벽소령을 지나며 눈덮인 지리산의 능선 멀리로 반야봉을 바라보며(넷째 사진) 삼정마을로 하산길을 잡았다. 

언제 다시 몸이 실천할 수 있을까!  세월이 쌓일수록 몸을 지배하려는 생각의 속성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