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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

유채의 공존 1. 사람이 자연과 사는 법은 참 다양하다 자연이 사람과 사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뿐이다. 공존, 자연은 여태껏 그것으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5월의 강 영산, 유채는 제 몸이 노랗게 물들도록 노란 꽃들이 져 푸른 줄기로 비워지도록 공존을 말한다. 버드나무와의 공존을 그 나무들 사이를 나는 새들과의 공존을 강의 본성을 잊고 실개천처럼 흐르는 지류들과의 공존을 그 지류와 지류를 잇는 징검다리들과의 공존을 말한다. 유채 역시 여러가지 꽃 중 한 가지일 뿐이라 여기는 사람과의 공존을 유채는 또한 노란 몸으로 말한다. 2. 사람이 자연과 사는 법은 참 다양하나, 유채의 노란 소리를 듣는 법은 사람들로부터 차츰 잊혀져 간다. 나주와 영산포 사이를 흐르는 영산강변에는 유채꽃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20.. 더보기
지도없이 강 영산과 만나다 1. 2009년 4월 광주에 왔을 때, 강 영산을 따라 자전거여행을 떠나고자 했다. 영산이 바다와 만나는 목포까지 영산의 물줄기를 따라 달리는 거였다. 그 생각의 일부분을 11개월 만에 이뤘다. 3월 13일 토요일 아침 영산을 향해 자전거 높새와 길을 나섰다. 집을 떠난 지 20분만에 영산의 둑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남짓 영산의 둑을 따라 하류로 달렸다. 둑길은 아스팔트 길이었다가 맨땅이었다가 때론 야산에 가로막혀 10여분을 돌아야 했다. 4대강 둑 공사장 전후로는 잔돌이 잔뜩 깔려 산악용이 아닌 높새로서는 고생스런 구간도 있었다. 전남 화순에서 내려온 지석천과 영산이 만나는 지점에서 높새화 영산의 첫 만남은 끝났다. 2. 보통 자전거 여행을 떠나면 지도를 챙긴다. 대개 낯선 곳으로 떠나고, 가.. 더보기
꽃봄에 봄꽃 피다 해는 동녘에서 솟지만 봄은 남녘에서 돋는다. 3월의 주말, 꽃들을 만났다. 강 영산의 둑에선 꽃망울을 두어 개 터뜨린 매화가 봄이다. 올 들어 처음 만나는 꽃봄이다. 반갑다. 주변엔 아직 봄이라 부를 만한 무엇도 없는데 겁없이 저 혼자 봄이다. 어느 들판의 밭둑엔 손톱만한 꽃망울들이 풀들 틈에 봄을 그려냈다. 이름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반갑다. 무리지어 피지 않았다면 조용히 잊혀 질 봄이 될 뻔 했다. 어느 마을의 집 입구에 선 나뭇가지에도 매화가 봄으로 서 있다. 꽃망울이 제법 많아 외롭진 않겠다. 영산의 둑보다 남녘에 조금 더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그만큼 호사다. 저 꽃들 앞에선 사흘 전에 세상 가득 눈이 내렸다는 사실을 누구도 고할 수 없다. 혹여 용기 있는 자가 나서 그 사실을 말하더라도, 이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