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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노란 서성거림





길가를 걷다 멈췄다.
작은 '무엇'이 발목을 잡았다.
'무엇'이 산딸기라는 것쯤은 안다.

아니다.
그 '무엇'은 산딸기가 아니다.
붉은 산딸기 옆 노란 빛을 띤
빈 꼭지가 그 '무엇'이었다.

빈 꼭지는
산딸기 한 알을 누군가에게 양보한 채
아쉬운 마음에 여지껏 노랗게 서성거리고 있다.  
그 양보가 없었다면, 산딸기와 함께 시나브로 썩어갔을 터였다.  

이제 빈 꼭지에
서성거리는 발걸음이 쌓이고 쌓이면  
수십 가지 얘기로 채워질 것이다. 
오늘 이처럼 하나의 얘기를 만들듯.(20100705)


<사진설명> 
지리산 둘레길 인월부근을 걷다가 둑방에서 산딸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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