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축구를
국가간의 전쟁에 비유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축구를
사람이 죽고 사는 일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
원로 축구학자로 불리는 빌 산클리가
1981년 BBC와 가진 인터뷰 중 한 대목입니다.
빌 산클리의 인터뷰는
‘치솟아 오르는 분노’에 대한 이유를 해명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왜냐하면
축구는 그런 문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빌 산클리에게 있어 축구는
국가간의 전쟁보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보다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은 비단 빌 산클리만의 생각은 아니었나 봅니다.
2002년 월드컵을 정리하는 글에서
20여 년 전에 이뤄진 이 인터뷰의 한 대목을 발췌한 이는
이미 월드컵 전문가로 알려져
해외신문에서도 인터뷰가 잇따르는 한 대학 교수였습니다.
아울러 이 글을
월드컵 화보집에 ‘에필로그’란 이름으로 넣은
출판사 역시
‘빌 산클리의 분노’에 환한 조명을 비춰주었습니다.
아는 만큼 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보는 만큼 깨닫지 못하면
그것은 진실로 보는 것이 아닐 겁니다.
축구학자에, 대학교수에, 출판사에…
이 ‘값비싼 지식’들 역시
목표에 대한 집착만 있을 뿐
세상에 대해서는 애정결핍에 빠져 있었습니다.
2002년 6월,
빌 산클리와, 월드컵 전문가와, 출판사와는 다른 이유로,
월드컵을 즐겼을 이들에게
또 다른 에필로그를 남기고자 합니다.
“값비싼 지식들이 제 값을 못하고 떠돌 때
나는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에게 있어,
죽고 사는 일보다
더욱 중요하고 근본적인 일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