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모두들 그렇게 말합니다.
마치 그들 모두가 무슨 큰 죄를 지은 듯,
추모편지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어느 공무원은 조용히 읊조립니다.
“미안하다. 기성세대인 우리가 잘못 살아서
너희 꽃다운 삶을 앗아가게 했구나.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부끄럽구나.“
일본에 있는 유학생도 마음이 허허롭습니다.
“정말 이럴 수 있니…
너희 억울해서 어떡하니…
마음 아파서 어떡하니…
너희 부모님…얼마나 아파하실까…
너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초등학교 6학년생 역시 마음이 허물어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언니들에게는 정말 미안합니다.
한동안 월드컵에 빠져
언니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이생을 마친 효순이 미선이에게
그들은 모두 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죽음만 헛되이 살아 있어,
값진 삶은 죽어버린 오늘…
정작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없습니다.
애도와 분노가 거리에 휘돌아도,
흔들림 없이 서 있는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오늘
두 아이의 49제를 맞아
10년 전 동두천에서 스러진 윤금이를 떠올리듯
다시 10년 후엔 효순이와 미선이를
오늘처럼 안타까운 마음으로 떠올리지 않길…
착・실・히
키워가는 일상의 꿈들에
그런 기원 하나 묻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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