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저녁 서울역 버스 정류장에서
한 노숙인이
어떤 남자에게 작은 강아지 마스코트를 건넸습니다.
남자가 건네 준 5백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습니다.
남자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 마스코트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곳곳에 때가 묻은 마스코트…,
아내는 버릴까 하다 깨끗이 씻어 벽에 걸었습니다.
돈 5백원에 보답하고 싶었던 노숙인의 마음과
그 마음을 버리지 않은
남편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람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다른 이에게 따뜻한 마음 한 조각을 건넬 때,
그 마음 안에
또 다른 이에게 전할 사랑도 담겼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처럼 따뜻하고,
그처럼 넉넉한 가슴을 품은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람이 왜 꽃들만큼 아름다운지 절로 깨닫곤 합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은
어느 누구든 그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배려하고, 그 삶의 가치와 생명을 귀하게 여깁니다.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릴 줄 알며,
삶에 고통을 주는 행위들에 반대합니다.
사람으로서 가진 다양성을
차별이 아닌 차이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인정합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
아직은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관심이 깊어지면 누구든지 그처럼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람의 본디 모습입니다.
2010/01/03 - [출판기획/하늘깊은사람] - 인권 평화 생태를 만나는 작은 감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