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가을,
제천에 사는 임향례, 유익형 부부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들꽃과 가을은 모두 국어 교사였습니다.
10여년 남짓 교사 생활을 하는 동안
가르치는 일에 고민이 깊은 이들이었습니다.
“수능 공부는 죽은 지식이 참 많죠.”
“고3 학생들 담임을 하면서
제 영혼이 메말라갔습니다.”
고민 없는 교육은
‘총체적 부실에 부분적 땜질’을 하는 꼴이라 생각하니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중학교에 보내야 하는가도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결국 6개월의 휴직 끝에 들꽃님은 학교를 떠났습니다.
그동안 이들 부부와의 인연은
가끔씩 보내오는 아주 작은 시집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부는 틈틈이 쓴 시를 모아
손바닥보다 작고, 이십여 쪽을 넘지 않는 시집을 펴내
지인들에게 보내주곤 합니다.
‘삶은 엉터리면서 시만 쓴다면 죄악’이라는 생각이지만,
생활을 도란도란 풀어내는 시 맛이
그대로 또 다른 한 삶을 꾸립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후,
들꽃님은 집 근처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땅과 함께 호흡하며, 생명의 신비를 새삼스레 느낍니다.
가을님은 한 여름 무더위에 아랑곳없이
여섯 살배기 딸 예하와 함께 평화 걷기에 나섰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무고한 민간인이 학살된
단양의 곡계굴부터 문경의 석달 마을까지 총 90km를 걸었습니다.
“우리의 걸음이
몸으로 배우는 역사,
생명을 존중하는 삶으로 이어지고,
이 땅의 평화를 비는 작은 기도가 되길 바랍니다.“
첫 인연 때
들꽃님과 가을님은 ‘희망’이었습니다.
절망을 절망이라고 말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지금도
그들 부부는 여전히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