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늘깊은사람

마음 나누는 술집



 몇 해 전 일입니다.
서울의 중심가라 할 만한 광화문 사거리 한 켠에
소우(小雨)라는 작은 술집이 있었습니다.

그 곳은

따로 술을 마실 탁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고 좁은 바에 예닐곱 명이 둘러앉으면

더 이상 들어갈 자리도 없었습니다.

때론 주인이 있는 주방 쪽에도

의자를 놓아 손님이 앉곤 하지만,

퇴근 후 벗들과 둘 셋씩 짝을 지어 찾는 이들은

종종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좁은 만큼 불편할 것 같은 곳이지만,

그곳엔 늘 손님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벽을 등받이 삼아 둘러앉아

낯선 이들과도 어깨를 맞댄 채 허물없이 술을 나누곤 합니다.

어떤 이는 통기타를 칩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따라 노래를 부릅니다.

일과에 지친 이들이 서로들 그렇게 가슴을 쓸어주곤 했습니다.


화려한 불빛이 없어도,

음량 좋은 스피커가 없어도 

기꺼이 

술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사람을 나눌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그곳은 사라졌습니다.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술에 취하지 않아도

벗이 부르는 노래 소리에 취할 수 있는

그곳이 사라지고 난 후 깨닫습니다.


비록 작은 술집이었지만,

시나브로 

사람이 사람임을 잊지 않고 살게 하는 곳이었다는 것을.

그토록 작은 공간도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적절히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하늘깊은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름달 축제  (0) 2009.06.07
절망이 희망  (0) 2009.06.07
백두대간 철쭉  (0) 2009.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