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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콩나물 씻어본 사람들은 안다

 


콩나물을 씻는다.

껍질을 가려내고 손갈퀴를 만들어 콩나물을 씻어내다 보면

잘게 꺾어진 줄기, 한쪽마저 잃은 콩나물 대가리들이

바가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한 주먹은 될 법한 그것들을

이제는 손갈퀴로는 안 돼 손가락으로 한 개 한 개 집어 담는다.


그렇게 담은 콩나물 대가리며 줄기는

솥에 넣을 때 대여섯 개 버려지고

국그릇에 퍼 담을 때 서너 개 버려지고

숟가락질 할 때 한두 개 버려지고

싱크대로 가는 국그릇에 예닐곱 개 묻어간다.

애초 콩나물을 씻을 때

바가지 바닥에 남아있던 콩나물 대가리며 줄기는

그렇게 내가 먹지 못하고 버려지게 된다.


그렇다면 

애초 콩나물 대가리며 줄기를

손가락으로 주섬주섬 챙기지 않아도 되었을까?


콩나물 씻어본 사람은 안다.

콩나물 대가리 한쪽에 담긴 수고를.

수고를 아는 사람은

그 수고를 받는 방법도 갚는 방법도 안다.

솥에 넣을 때, 국그릇에 퍼 담을 때, 숟가락질 할 때

떨어진 콩나물 대가리를 줍는 것은,

싱크대로 가는 국그릇을 말끔히 비우는 것은

그 수고를 받는 것이며 갚는 것이며 베푸는 것이다.


콩나물 씻어본 사람들은 안다.

바가지 바닥에서 건져 올린 콩나물들은

아까움 때문이었지만,

떨어진 콩나물 대가리를 줍는 것은

콩나물 씻던 사람의 마음을 줍는 거라는 것을

콩나물 씻어본 사람들은 안다.


쌀을 씻어본 사람은 안다. (2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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