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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프로젝트 ‘생강40’ -내용은 이렇다

 



‘생강40’은 우선 ‘생활 - 놀이가 글로, 글이 책으로, 책이 사람으로 순환하는 강’에서 맨 앞 글자와 뒷 글자를 따 왔다. 40은 40대라는 의미다. 모든 언어는 관점에 따라 의미가 덧붙여지는데 이 생강40도 마찬가지다.


생강엔 음식으로 쓰이는 풀뿌리인 생강의 의미도 담았다. 생강의 특성 가운데, 여러해살이풀, 향신료,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뿌리줄기 등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뿌리줄기는 그 다양성과 나내지 않고 땅 속에서 뭔가를 이뤄가는 특성이 마음에 끌렸다. 

생강은 ‘生江’으로 확대하여 또다른 의미를 담는다. 살아있는 강엔, 생태와 평화 인권 모든 게 담길 수 있다. 죽어가는 강, 그것과는 다르다.


생강40의 세 가지 영역은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왔다. 생강40은 그런 관계를 좀더 짜임새 있게 설계하자는 프로젝트다.

먼저 세 개의 놀이영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의 - 아줌마의 생활/취재글쓰기, 글쓰기 동아리, 청소년의 생활르포글쓰기, 정신장애인의 치유글쓰기

여행 - 자전거 캠페인, 르포취재여행, 둘레올레반도

지적 탐구 - 아동인권, 르포 쓰기


1.

이 가운데 강의 영역은 가장 익숙하다.

아줌마의 생활/취재글쓰기는 줌마네가 마당이다. 줌마네 글쓰기 강의는 큰 탈이 없으면 올해도 이뤄질 듯한데, 올해가 만 10년째다. 용케 잘리지 않고 살아왔으니 인연이 깊다. 여기에 그동안 두 권을 낸 지역잡지 <동네한바퀴 더> 만들기가 덧붙을 수 있다.    

글쓰기 동아리는 직장에서 실현하고 싶은 계획이다. 광주에서의 ‘의무복무’ 기간이 마무리돼야 하고, 직장 내 분위기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도 2013년 정도에 해볼 만한 일이다. 일이 일단 시작되면 의미있는 성과물도 창출될 듯 싶다.  


청소년의 생활르포글쓰기는 내가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다. 청소년 글쓰기반을 운영하겠다는 안이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운영은 단체가 맡는 방식이다. 논술 등이 아니라 생활글쓰기에 주력할 것이다. 글로부터 세상을 보는 지혜를 나누는 장이 되길 바란다. 글쓰기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개인 학습이 필요해 2011년 계획으로 잡았다. 


정신장애인의 치유글쓰기는 생강40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역시 자원봉사 성격인데, 강의만 자원봉사가 아니라 돌봄 생활도 함께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인권과 관련하여, 글쓰기와 관련하여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일이다. 욕심은 있으나, 현실은 준비되지 않은 일로 추진시기엔 ‘보류’로 적었다. 그만큼 생각을 많이 굴려야 한다.

 

2.

여행 영역은 가장 원초적인 놀이에 부합한다.

자전거 캠페인의 가제목은 ‘지방도를 짝사랑한 자전거’다. 기왕에 계획한 자전거 여행에 의미를 덧붙였다. 그동안 두어 차례 자전거 여행을 다녔다. 그때마다 지방도로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자전거 여행이 이뤄질 수 있겠다고 느꼈다. 갈수록 고속화 도로 개발이 빈번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지방도로에서 차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 영역을 자전거와 공유하자는 생각과, 어차피 떠나는 자전거 여행에 공익성을 더하자는 생각이 서로 엮였다. 2010년은 동행할 사람 구성과 캠페인의 가능성 타진 등을 점검하는 해이다. 1월에 기획을 마무리하고, 3월, 6월, 10월 세 차례 정도 움직일 예정이다. 정말로 10년짜리 계획이다.


르포취재여행은 날로 더해지는 여행과 글쓰기를 결합한 ‘상품’이다. 몇몇 군데에서 진행했던 모양이라 ‘신상’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틈새가 잡힐 듯 해 새로운 수요가 생길 듯싶다. 차별화가 가능해, 해 볼만한 기획이자 상품이다. 글쓰기의 형식을 배우는 공간인 ‘강의’와 의식과 현장과 담는 공간인 ‘여행’의 동행이다. 향후 내가 쓸 글의 방향과도 관련이 깊다. 2월에 기획해 공지하고, 4월과 8월에 진행해 볼 참이다.  


둘레올레반도 역시 여행 계획이다. 생강40에서 가장 개인적인 계획이다.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 자락의

둘레길, 강원도의 산소길, 전북의 마실길 등 전국의 트레킹 코스로 떠나는 여행이다. 주요 동행인은 여친이 될 듯싶다.

여행 영역은 원초적 놀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놀이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기도 하다. 놀이가 밀실의 공간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의미있는 놀이’로 엮어가는 것도 흥미롭다.  


3.

지적 탐구는 ‘공부 좀 하자’는 얘기다. 8년간 직장 일을 하면서 뭔가 한 가지 영역에서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아는 척’은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아니 그것은 의무이기도 했다. 그 강박과 의무에 복종의 미덕을 발휘해 보자는 게 아동인권 학습이다. 관련한 책을 읽고, 관련한 기사를 읽고 관련한 활동을 주목하고. 공부이긴 하지만 학력고사 보듯이 외울 일은 없다. 역시 10년 계획이다. 그쯤에 아동인권 코디네이터가 돼 있다면 목표달성이다.   


르포 쓰기는 글쓰기와 관련해 좀더 특화하고자 하는 욕심의 발현이다. 우리 사회에서 프로 영역은 그리 발전되지 않았다. 2~3년 전 <한겨레21>에서 르포상을 만들었으나 성과가 그리 크지 않았는지 폐기돼 버렸다. 발품이 많이 드는 영역이라 힘들기도 하다. 시장도 거의 없다. 특종이 아니면 언론의 수요도 적고, 출판돼도 독자들의 시선을 잡기가 어렵다.

그 개척되지 않은 영역에 발을 담그고 싶다. 다큐 영화가 갖는 나름의 힘이 있듯이, 르포가 갖는 글의 힘을 세우고 싶다. 더욱이 인권 평화 생태를 위한 글쓰기에서 현장을 버린 글은 상상불허다. 이 계획은 직장이 걸림돌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공부해야 한다.   


생강40은 날줄과 씨줄이 서로 엮여 들어간다. 이를테면 아동인권탐구의 지식과 정보는 르포 글쓰기 학습과 만나 활용되고, 이 결과는 다시 청소년 생활르포 글쓰기로 스며든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글 형식으로 표현돼, 블로그와 출판으로 정리되고, 네트워크를 위한 매개가 된다. 이런 흐름들이 엮이고 엮여 하나의 생태계를 만든다.


4. 

고백하자면, 그동안 계획은 충실했으나, 실천은 미미했다.

또 고백하자면, 그동안 계획을 이처럼 거창하게 공개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 생각했다.

거듭 고백하자면, 서너 번 이게 잘하는 짓인가 거듭 거듭 반문했다. 

그런 고백들을 달래며, 어디로 튈지 모를 블로그에 생강40을 공개한 힘의 원천은 10년간 운영해 온 <세상풀이>다. 그 힘으로 생강40의 물고기들은 블로그를 통해 불쑥 불쑥 나타날 것이다. 실은 그 모든 게 다  즐거운 놀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