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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랑 놀랑

편집자도 기자도 아닌, 잡지가 이기는 드라마- 딸랑 한권②

 
 부제 : 게시판글 듣기ⓛ 

1. 제주의 밤

제주시의 한 모델에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컴도 되고, 컴에 깔린 영화 <김씨표류기>도 볼 수 있네요 기획안,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실전이다 생각하고 취재하고 글 쓰세요.


‘흔들리는 땅에서 사는 법’ 제주도로 오는 비행기에서 건진 제 화두입니다. 마흔에 받은 제 숙제입니다.(2009.9.3.)


8월 말 <동네한바퀴 더> 창간을 위한 기획회의를 시작했다. 그 다음 주에 제주도 올레길 트레킹에 나섰다. 트레킹을 떠나기 전에 묵은 모텔에서 줌마네 카페에 들어갔다. 이제 일이 시작되었으니 잡지가 나올 때까지는 이 카페를 자주 드나들어야 한다. 그동안의 경험에 따라 내가 할 역할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동네한바퀴 더> 창간호 기획안은 ‘책상아이디어’ 방식을 탈피했다. 연남동 통장들을 최소한 한 명씩 만나고 난 후 기획안을 작성하도록 했다. 취재글 쓰는 이에게 현장보다 중요한 곳은 없다. 제출된 기획안이 구체적이어서 좋았다. 약간의 각을 덧붙이면 될 듯하다.


‘흔들리는 땅에서 사는 법’은 직장 분위기를 잠시 노출했다. 모든 생각은 굴리면 자라는 법이다. 어쩌면 이때‘생강40’이 발아했을지도 모르겠다. 

  


 

2. 10월 일정

채팅회의 (10월 6~7일 정도)

하루 저녁 정도 할 텐데, 과제로 올린 기획안에 대한 점검입니다. 그전까지 올린 과제 가운데 좀 더 보충이 필요한 기획안을 점검하는 회의입니다. 기획안 과제 올라온 것 보고 정확한 날짜 공지합니다.  


10월 10일 수업

이날은 기획회의입니다. 토론입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좀 넉넉히 오후 2~3시 정도까지 하려 합니다. 이 회의 끝나면 각자 취재할 역할을 정하는 데까지 나가려 합니다.


10월 23일(금) 수업

금요일인데, 오후 2시부터~5시까지 수업할까 합니다. 이날은 10일 이후 취재에서 깨져서 쓸 수 없는 기획안에 대한 대안 마련회의 등입니다. 그때까지 들어온 기사도 점검하고요 (생업이 바쁘신 분들까지 나오시라 하긴 어렵네요. 이분들은 추후 통화로)


10월 31일

예정대로 수업인데 그간의 진행상황에 따라 수업내용이 정해질 듯합니다. (2009.09.25.)


<동네한바퀴 더> 창간 구간에 진입했다. 그 와중에 10월에 열흘 정도 미국 출장이 끼어들었다. 9월 중순에 결정되었는데 다행히 이미 잡아놓은 회의 날짜는 피했다. 출장 가기 전에 아줌마들이 취재할 내용을 확정해줘야 발행 일정을 맞출 수 있을 듯싶었다. 그래서 채팅회의를 추가했다. 아울러 채팅회의를 통해 통장을 만나고 온 후일담을 듣고 싶었다.


채팅회의는 2학기 수업 중에도 한 차례 진행했다. 광주로 이사 오면서 추가한 일정이긴 했는데, 나름의 의미도 있었다. <동네한바퀴 더> 창간호 기획을 위한 채팅회의 또한 의미있었다. 여기서 몇 가지 기획안의 틀을 잡을 수 있었다.



3. 저기요 ……

이제 

기획안 주셔야지

잡지 만든다고

함 설쳐 볼 텐데요

. 

.

.

그러게…….( 2009.10.05.)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일정에 따라 일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기획안 제출일을 넘었는데, 서너 명만이 기획안을 제출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 독촉할 수는 없어서, 슬며시 문 열고 한 마디 건네는 심정으로 독촉 글을 올렸다. 



4. 미네소타입니다

미네소타에서 첫날밤을 맞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오전 11시쯤 될 겁니다. 비행기를 10시간 남짓 타고 오면서 하루를 더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만큼 몸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다행히 이곳 숙소에서 인터넷이 연결되었습니다. 동네한바퀴 취재와 관련해 진행사항을 나눔방에 알려주세요


○○님 

문자메시지 받았습니다. 의료생협은 <동네한바퀴 더>에 게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기사 자체로 보면 좀더 그 가능성을 지켜보아야 하고, 동네한바퀴를 전체 그림에서 제외해야 할 듯합니다.

☆☆님 

◎◎님 참여는 다음 회의 때 함께 얘길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10기들 역할은 디자인팀 빼고는 정확히 정해지지가 않아서요. 그때 얘기하도록 합시다. ◎◎님께 감사하다 전해 주시고요. (2009.10.14)


미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에서는 10여 명의 아줌마들이 <동네한바퀴 더> 취재를 시작했다. 서울에 있었다면 취재 과정에서 만났을 어려움들을 문의해왔을 텐데, 살짝 미안하기도 했다. 가급적 틈이 나면 인터넷에 접속해 진행상황을 보려 한 것은 그 미안함을 2그램 정도 덜고자 한 일이었다.


<동네한바퀴 더>를 창간하면서 아줌마들에게 취재기자의 몫은 기본이었다. 여기에 홍보, 유통, 광고․후원, 디자인․인쇄 등 운영관리 역할도 나누어 맡았다. 미국에 나가기 전에 각자 역할을 정했는데, 광고․후원 영역만 지원자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쉬운 얘기 해가며 광고를 수주해야 할 일을 강제로 배분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님이 광고팀을 맡기로 했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5. 취중취설

전제1 : 노을이는 술에 취했다. 미네소타를 떠나는 기념으로 저녁을 거하게 아웃백으로 갔다. 평소 고기를 즐겨하지 않았으나 이왕 판이 벌어진 거라면 '열심히' 먹자는 생각에 맥주를 1400cc까지 마시고는 1차를 끝내다. 일행과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다 술이 떨어져 소주를 마시다. 술 마시는 도중에 인권 이야기로 논쟁이 붙어,'졌지만 이긴 논쟁'을 끝내다. 새벽 한 시가 넘어 술자리를 정리하다. 그리고 컴 앞에 앉다. 

전제2 : 노을이는 평소에 술자리에서 스스로 취했지만 정신은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다.


잡지, 제대로 만들어 봅시다. 

저는 현장을 나가지 못하고 취재해온 내용 보고 트집 잡지만, '졌지만 이긴 논쟁'을 할 겁니다. 비록 한 꼭지라도 노을이를 넘어서는, 그래서 결국은 노을이도 취재기자도 승자가 아니라, 잡지가 이기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돈도 없고 별 실력도 없는 코디네이터 노을이지만 꿈은 그런 꿈을 꿉니다. 편집자가 취재기자가 죽더라도 잡지가 이기는 꿈을.

켁… 분명히 술이 깨고 나면 후회하고 지우겠지만 아마도 지울 시간이 없어 지우지 못할 낙서를 남기며. (2009.10.17.)


술주정이다. 그나마 글로 술주정을 부려 어떤 주정을 부렸는지 기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동네한바퀴 더>에서 내 포지션은 코디네이터다. 통상적으로 말하면 편집장이겠으나,‘장’은 수평보다 수직성이 강해 내 취향이 아니다. 조금 부족한 면을 채울 수 있게 돕고, 디자인과 글과 사진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일 터인데, 그렇다면 굳이 편집장은 의미가 없었다.‘편집자가 취재기자가 죽더라도 잡지가 이기는 꿈’은 그런 코디네이터가 꿈꿀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일 것이다. 협상의 정신이 필요한 잡지에서 ‘좋은 잡지가’최고의 목표여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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