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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랑 놀랑

300번 째 글로 쓴, 치명적 한계 -블로그이력서6

300번 째다. <이웃집, 노을이네>에 글을 올린 이래 이 글이 300번째다. <이웃집, 노을이네>를 2009년 5월 19일 개설했으니, 251일 만이다. 하루 평균 1.20개의 글을 올린 셈이다. 이 통계만 보자면 블로그 중독자다. 더욱이 올린 글들이 낙서보다는 분량이 제법 되는 글인 점을 고려하면 직업인에 가깝다 할 법하다.


1.

이 통계엔 함정이 있다. 하루 평균 1.20개를 올린 것은 맞지만, 하루에 그만큼의 글을 쓰지는 않

았다. <이웃집, 노을이네>에 올린 글은 대부분 예전에 써 놓은 글이다. 블로그 사이드바에 있는 카테고리에서 ‘출판기획‘과, ’1990 그 10년‘에 올린 글은 모두 예전 글이다.
’세상풀이‘ 카테고리 안에 포함된 글이 블로그 개설과 더불어 새롭게 쓴 글이지만, 이곳에도 간혹 예전 글들이 포함됐다. 따라서 <이웃집, 노을이네>를 개설하고 새로 쓴 글은 실제 60개가 넘지 않을 듯 싶다. 
 

채 1년도 되지 않아 300번 째 글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1995년 이후 10여 년 동안 매월 발행해 온 <세상풀이>의 역할이 크다. 그곳에 실린 글들이 <이웃집, 노을이네>를 통해 재생되고, 복원됐다. 때론 사진첩에서 흘린 빛바랜 사진을 발견할 때 느낌처럼 불쑥 블로그 한 켠을 차지한다.

  

<이웃집, 노을이네>가 <세풀>에 빚지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2003년 이후 쓴 글은 대부분 <이웃집, 노을이네>에 아직 선보이지 않았다. 이 글은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서 차근차근 올릴 계획이다.

과거의 글 가운데 복원되는 영역은 또 있다. 예전에 기자생활을 하면서 쓴 글들이다. 이 글들도 짬나는 대로 정리해 별도의 카테고리로 엮을 예정이다. 올리는 시기 등은 좀더 시간

을 두고 조율해 나갈 예정이다. 자칫 복원하는데 시간을 허비해 현재를 쓸 틈을 얻지 못하는 일은 없게 해야 하므로.


2.

<이웃집, 노을이네>를 제대로 관리하겠다고 작정 한 지 한 달. 그동안 일상에서 찾는 글감이 늘고 있다. <세풀> 쓰던 때의 습성이 복원되고 있다. 오래 전에 말라 죽은 나무 밑동에서 여린 새싹이 돋는 분위기다. 새로운 기획거리도 하나둘 기지개를 켠다.

이 습성이 제대로 복원되어야 <이웃집, 노을이네>가 현재의 글들로 채워진다. 또한 ‘생강40’에서 예정한 ‘놀이가 글로, 글이 책으로, 책이 사람으로 순환하는 강’의 첫 물줄기가 제대로 모일 수 있다.


글쓰기 습성의 복원은 이중성이 있다. 그 자체는 고맙고 반가운 일이나, 이 습성이 일상의 흐름을 깨는 것은 경계한다. 1월 한 달처럼 <이웃집, 노을이네>에 글을 쓴다면 글이 일상을 삼켜버릴 공산이 크다. ‘생강40’의 놀이가 제대로 이뤄진 연후에, 그 놀이가 차곡차곡 글로 나타나는 게 예정된 수순이다.
이는 <이웃집, 노을이네>를 활성화 하겠다고 1월처럼 덤비지 말자는 다짐이기도 하다. 글쓰기의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호기롭게 시작한 ‘다음주 글 예고’를 단 한번의 실험으로 끝낸 이유기도 하다.

 

3.

<이웃집, 노을이네>에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그것은 노을이의 신분과 연관이 깊다. 사회적 이슈를 외면할 수 없는 습성에도 그것을 글로 당당히 쓸 수 없다. 직장과 신분이 만든 상황이다. 누가 무엇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기검열에 빠져 있다. 자기검열은 자기장처럼 한번 휩쓸리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상황이 고약하다. 몸은 이미 사회적 학습효과 덕에 세상과 소통하는 일을 외면하고 있다. 그나마 의식은 소통과 참여의 가치를 찾고자 하나, 굳어가는 몸과 부조화가 커진다. 글이라도 의식을 도울 수 있다면 좋으련만 글은 글대로 버거운 현실 앞에 서 있다. 


이 치명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현재로선 없다. 그럼에도 치명적 한계를 알고, 그것을 내포하고 <이웃집, 노을이네>를 시작했다. 한계, 그 범위의 끝선에 서봐야 그 너머를 볼 수 있다. 그 경계를 넘볼 수 있어야 한계를 벗어나는 법도 터득할 수 있다. 몇 가지 우회로를 만들어 놓은 점도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웃집, 노을이네>는 그럼 실험의 장이다. 이 실험이 깨지면 의식은 내 존재감과 함께 낙하할 것이다. 몸이 실천을 외면하고 의식이 존재를 상실한 상황이라면, 글은 블로그와 더불어…… 죽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