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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마흔살 비혼남의 09년 지출보고서

 

 
‘월급 1000원을 받아 81원을 생활용품, 경조사비 지출과, 의류 등을 구입하고, 58원을 식생활에 썼다. 44원은 문화생활에 썼고, 41원 어치 술을 마셨으며, 39원을 정보․관리비로 납부하고, 31원을 교통비에, 20원을 각종 형태의 후원금으로 사용했다.’


09년 경제생활 결산이다. 08년에는 급여의 33.8%를 지출했는데, 비율로만 보자면 09년엔  31.5%로 2.3%를 덜 지출했다. 08년도와 영역별 순위를 비교하면, 08년도엔 문화생활이 5위였는데, 3위였던 술값을 4위로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선 게 눈에 띈다.
다만, 이 비율은 급여액이 지난해와 달라 실제 지출액은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 지출액으로 보면 09년도엔 08년보다 137만원 정도 더 지출했다.  


09년 지출을 정리한 가계부 영역은 08년과 동일하다. 문화생활(책, 영화, 여행), 식품(외식, 점심, 식료), 술, 일반생활(의류/생활용품, 경조사, 가족 등), 교통(교통카드, 택시, 대중교통비), 정보․관리비(핸드폰, 아파트관리비, 인터넷 등), 후원 등 크게 일곱 가지 영역으로 나누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지출은 일반생활 영역에서 이뤄졌다. 이 영역은 08년에도 수입액 대비 11.8%로 1위를 차지했는데, 09년도 8.12%로 1위를 차지했다. 가장 큰 지출은 12월에 이뤄졌는데, 목동집의 보일러와 모터를 교체하는 비용이 대부분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8월 지출 역시 40여 만원에 카메라를 구입했다. 일반생활비를 가장 적게 쓴 달은 2월인데, 이발비 6천원과 5천원 짜리 옷 구입이 전부였다.  
보통의 사람들이 만만치많게 든다는 경조사비가 일반생활  영역에 있지만 경조사비는 그리 많이 들지 않았다. 여전히 축의금은 하지 않고 부의금만 내는 삶의 원칙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생활 영역의 지출은 08년도에는 7개의 지출영역 내 분포는 35%였으나, 09년엔 약 26%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지출영역간 지출액 차이가 줄었다는 의미다. 실제 일반생활 영역에서 월 평균 지출액은 08년에 비해 09년도에는 69,000원 정도 덜 사용했다.


09년 식생활은 5.8%로 2위를 차지했지만, 08년도 비율로 비교하면 오히려 내려 낮은 수치다. 08년 식생활은 수입액 내 비율이 6.58%였고, 지출영역 내 분포로 보자면 19.45%였다. 그러나 09년도엔 수입액 내 비율은 5.84%였고, 지출영역 내 분포는 18.53%로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실 지출 비용은 08년도보다 월 평균 11,000원 정도가 늘었다.


식생활에서 가장 큰 지출은 4월에 이뤄졌다. 4월에만 363,000원 정도 사용했는데, 광주로 이사가기 전에 직장 지인들과 인사차 가진 식사비용이 많았다. 반면 9월엔 39,000원 정도로 가장 적게 지출했는데, 9월 올레길 여행으로 식사 기회가 적었던 게 원인이 아닌가 싶다. - 여행 가서 하는 식사는 여행경비로 포함돼 문화생활에서 집계된다. 


밖에서 사 먹는 식사비는 약속이 없으면 대부분 점심값이다. 광주로 오면서 이 점심값에서 큰 이득을 보고 있다. 대체로 점심식사는 사무소 건물 20층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하는데 식사비가 3,000원이다. 식권 10장을 한 번에 구입하는데, 출장일을 제외하면 이 정도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식생활 비용이 늘어난 이유는 아침식사를 꼬박꼬박 챙겨먹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광주로 내려온 후 아침식사를 더 잘 챙겨먹으면서, 덩달아 국 끓이는 재미도 생겨났다. 특히 강진 출장길에 서너 번 산지 해산물을 직접 사와 국을 끓이기 시작한 게 자극이 되었다. 그 신선도를 느끼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문화생활비가 수입액 내 비율이 4.4%, 지출영역 내 분포가 14%를 차지했다는 점은 가장 반길 만한 통계다. ‘생존’에서 ‘즐기는 삶’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거창한 해석을 붙여도 좋을 데이타다. 이 통계는 08년과 비교하면 지출액에서 거의 2배로 늘었다. 08년 대비 월 평균 87,000원 정도  더 지출했다. 그만큼  문화생활에서 좀더 큰 지출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문화생활은 대부분 여행경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09년 중 9월에 약 445,000원으로 가장 많이 지출했는데, 올레길 트레킹을 했던 달이었다. 그 다음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한 12월 또한 여행이 있었다. 문화생활비는 향후에도 꾸준히 늘어날 듯싶다.


술값 4.1%는 08년도와 비교하면 긍정적 의미가 크다. 수입액 내 비율이나 지출영역 내 분포 등에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지출액도 월 평균 약 20,000원 정도 줄었다. 역시 광주로 이전을 앞두고 가진 술자리가 많아 4월에 296,000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반면, 6월과 10월엔 90,000원대의 지출이 이뤄졌다. 10월엔 미국 출장이 열흘 정도 있어 술 마실 기회가 적었던 게 이유이지 않나 싶다. 


술값은 앞으로도 더욱 줄일 계획이다. 실제 광주에서 생활하면서 술자리는 많이 줄었다. 우선 술 마실 사람이 적고, 자전거로 출퇴근 하면서 술을 피하게도 됐다. 무엇보다 이제 몸이 술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술값을 올해보다 많이 줄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생강40의 계획들도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얻어 마시기보다는 베풀어야 하는 세대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술값은 흥미있는 지출이라 한 가지 덧붙이자면, 09년에 하루에 지불한 술값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을 치른 술자리는 5월 14일 광주에서 사무소 직원들과 마신 때였다. 이날 총 세 명이었는데, 소고기 생고기에 술을 마시고, 노래방까지 가는 바람에 135,000원을 사용했다.


정보․관리비는 08년도에 비해 비교적 대폭 상승한 부분이다. 수입액 내 비율이나 지출영역 내 분포에서 08년 대비해 증가했다. 실제 비용도 월 평균 48,000원 정도가 늘었는데, 광주로 이전하면서 아파트관리비가 새롭게 추가된 게 원인이다. 실제 5월 이후 월 지출비가  4월 이전보다 5~6만원 정도 늘었다.

 

09년도 지출에서 또 다른 변화는 교통비 영역에서 나타났다. 교통비 영역은 08년보다 증가한 부분이다.  수입액 내 비율에서는 3.12%를 차지했고, 지출영역 내 분포에서는 9.89%를 차지했다. 100원을 지출하면 10원이 교통비인 셈이다. 08년도의 월평균 지출비와 비교하면 09년도엔 47,000원 정도 더 늘어났다. 근무는 광주에서 사회적 활동은 서울에서 이뤄지는 ‘이중생활’이 빚어낸 결과다. 그 대표적인 게 6월부터 거의 격주로 다녔던 <줌마네> 강의였다.  


09년 5월부터 12월까지 총 교통비 지출 비용은 956,810원이었다. 이 가운데 대중교통비는 288,050원이다. 668,760원이 고속버스나 택시비로 지출됐다. 택시는 출퇴근 때 몇 번 이용하긴 했지만, 서울에서 돌아올 때 늦게 도착하면 택시를 종종 타기도 했다.

08년도 동일기간과 비교해보면 425,000원 정도가 늘어난 비용이다. 이만큼이 서울에 사회적 활동기반을 둔 이가 지방에서 거주할 때 치러야 할 교통비가 아닐까 싶다. 주로  일반고속버스를 이용했으니 최소비용으로 해석해도 사기 친 것은 아닌 듯 싶다. 


교통비에서 찾은 의미있는 데이타는 대중교통비다. 09년 5월부터 12월까지 사용한 대중교통비는 288,050원, 이는 08년 동일기간의 지출액 383,400원에 비하면 약 95,000원을 덜 쓴 금액이다. 이 절감액의 상당부분은 자전거 출퇴근에서 이룬 성과다. 


지출액 가운데 가장 작은 비율을 차지한 비용은 후원금은 비율면에서는 거의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실 지출액은 월평균 10,000원 정도를 더 지출했으나, 수입액 내 비율이 2%인 것은 여전히 나눔에 좀더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현재 후원은 4곳에 고정적으로, 그밖에는 수시로 하고 있다. 그래도 연말정산 할 때는 신고할 수 없는 후원이라 연말정산시 기부금 영역에는 늘 0원이다. 


09년도 결산은 대략 이렇다. 그러나 이 결산만으로 노을이의 경제생활을 모두 들여다 보기엔 쉽지 않다. 여기에서 결산한 소득은 급여소득만을 기준으로 했다. 지출에서도 매달 지불하는 보험료가 빠져 있고, 어머니에게 드려야 할 이자도 빠져 있다.
또한 직장에서 급여와 별도로 지급되는 복지비용이 있는데, 이는 전액 책 사는데 사용하자는 방침을 정한 터라 수입과 지출 모든 영역에서 제외돼 있다.

따라서 이 지출보고서는 타인들에겐 마흔 살의 한 남자가 수입을 어느 영역에 어느 비율로 사용했는지를 엿보는 정도, 그만큼이 딱이다. 



<사진설명>
09년 2월에 지인들과 함께 안동의 농암종택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 트레킹 길에서 만난 어느 농촌의 겨울풍경이다. 소나무를 보며 세한도가 생각났다.

<용어 해설->

※  수입액 내 비율 : 각 영역에서 사용한 금액을 한해 동안 받은 급여의 총액과 비교하여 비율로 계산한 것. A영역의 이 비율이 10%라는 의미는 급여총액 1,000원 가운데 A영역 지출로 100원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이 글에서 편의상 정의했다. 


※ 지출영역 내 분포 : 한 해 동안 지출한 총비용에서 각 영역별 지출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를 보고자 하여 비율로 정한 것. 급여총액이 1,000원인데 총 지출을 500원 했다고 가정시, A영역의 지출영역 분포가 10%라는 것은, 500원 가운데 A영역에 지출된 돈이 50원이라는 의미다.  이 글에서 편의상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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