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사에서 덕수궁까지
2차선 정동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2차선 길엔 시간이 흘러도 몇 가지 잔상들이 남아 있습니다.
대학로에서 명륜동 집으로 가던 2차선 길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들이 한 길가로 서 있습니다.
늦가을이면 지친 하늘 한 조각이 땅에 내려 쉬려는 듯,
큼직한 잎들이
툭,
툭,
떨어지곤 했던 그 길.
지금 살고 있는 연남동에도 2차선 길이 있습니다.
양 길가로 플라타너스 수십여 그루가 있습니다.
지난 여름,
저희들끼리 낮은 하늘가로 내려와
머리를 맞대며 신록의 터널을 이뤘습니다.
경적음 대신
초록빛 사각거림이 도시를 채웠습니다.
지금 이 길,
덕수궁으로 향하는 2차선 길에는
샛노란 은행잎들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유치원 꼬마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에도
노란 하늘조각들이 사뿐히 땅으로 내립니다.
곤색 옷을 입은 전경들의 검은 군화 근처에도
노란 꽃비는 소리 없이 떨어집니다.
뛰어가는 한 사내아이의 발길 뒤에서는
은행잎들이 잠시 몸을 일으키더니 이내 다시 눕습니다.
2차선 길은
자연과 도시가 조화로움을 키우는 공간입니다.
그 길을 걸으며
이제 자연과 사람과 도시의 조화를 위해
2차선 길에서 횡단보도가 사라지길 소망합니다.
길 어느 대목이라도 횡단보도이길 바랍니다.
적어도 2차선 길에서는
그만큼이라도
속도와 편리보다는 사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