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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깊은사람

사소한 수행

 


사소한 일입니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급수대에서 물을 마실 때,

컵에 물을 받은 다음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납니다.

그 두어 걸음은

뒤늦게 온 이들에게 급수대에서 컵을 꺼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아주 사소한 행동입니다.  


사소한 일입니다.

출입문을 드나들 때,

뒤따라오는 다음 사람을 위해 잠시 문을 잡고 있습니다.

그 짧은 손끝은

사람이 다칠까 싶은 염려가 바쁜 걸음보다 크다는,

이주 사소한 표현입니다.


사소한 일입니다. 


업무를 바삐 처리하려고 퀵 서비스를 부를 때,

‘빨리 배달해 달라’보다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건넵니다.

재촉 않는 그 말은  

다급함 때문에 사람에게 위험한 속도를 강요할 수 없다는,

아주 사소한 배려입니다.    


이 모든 사소한 일들을

내 몸이 따르기엔 왠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더라도 

다짐하고 반성하는 일마저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다짐과 반성이 습관적일지라도 

그것은 어느 산자락에 쌓인 돌탑과 같습니다. 

사람마다 던져 둔 한두 개의 돌이

수천 개 모여 돌탑이 되듯, 

당장 몸이 따르지 못하는 반성일지라도 

언젠가는 내 몸에 실천의 탑을 쌓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 둘 늘다보면,

어느 새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의 무리가 생겨날 것입니다.

산자락에 

수천 수만 개의 돌이 쌓인 돌탑들이 늘어나듯, 

아주 사소한 수행은 그처럼 세상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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