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름비…
계절과 계절을 가르는 비가 있습니다.
그 비를 사이에 두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비의 존재를 깨닫고는
저 좋을 대로 가름비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마 지난 주말에 내린 비가 그 가름비였을 겁니다.
여름과 가을을 가르는….
사무실 제 자리 뒤켠으로 감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풍성하게 감이 열렸습니다.
어제 저녁 내린 가름비가 간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 감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참 마음이 편해집니다.
저 수 많은 감 중에 단 한 개라도 제 것일 수 없겠지만,
열매는
반드시 먹기 위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때론 마음을 채울 수 있다는
이 낡은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한 마음 닦은 셈 칩니다.
계절을 가르는
가름비가 마음을 쓸고
풍요를 기약하는
감나무가 눈을 닦아 준
자연이 베푼
이 아침의 배웅은
또 저를 그만큼 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