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은 밭을 좌우로 돌기를 거듭하더니 이내 오름 능선으로 붙었다. 능선을 따라 잠시 숲길을 걸었나 싶었으나 능선은 멀리 솟지 못했다. 능선을 올라 목장의 출입문을 밀고 오르자 첫 여정에서 첫 방점을 찍을 만한 곳, 말미오름에 도착했다.
말미오름의 절반은 목장이다. 그동안 걸어온 풍경이 보이는 오른쪽엔 가파른 절벽이라 나무울타리가 경계를 그었다.
말의 안전을 위해 세워졌겠으나, 올레길에 열린 후에는 오름과 사람의 공존을 위한 울타리 구실도 하게 됐다. 그러니 말과 사람의 공존 또한 이 울타리 안에서 가능하다. 하나의 소용은 다른 인연들을 만나 여러 관계로 변화하는 것. 그런 세상의 지혜도 결국 이 울타리안에서 싹 한 줄기로 내민다.
울타리를 따라 풀밭에 길흙이 났다. 그 길가엔 말똥이 널려 있다.
길 앞으로는 멀리로 종달리에 솟은 지미봉이 훤히 드러난다. 일정대로라면 몇 시간 후에는 지미봉 아래 종달리를 걷는다.
'땅내 사람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각보 들판 -올레조각3 (0) | 2010.03.05 |
---|---|
그냥, 노․동․주다 (0) | 2010.02.24 |
웃음이 만든 존엄 (0) | 2010.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