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오름 바로 아래엔 방금 지나온 길들과 어젯밤 묵었던 동네까지 펼쳐졌다. 그 동네와 말미오름 사이에 놓인 밭들은 형세가 자유롭다. 지형의 편의대로 구획지은 돌담과 그 사이에 들어앉은 두둑과 고랑이 만든 이랑밭들이 서로 조화롭다.
들판을 걸을 때 현미경으로 보았다면, 말미오름에서는 망원경에 눈을 댄 격이다. 밭들이 띠는 색 또한 제 처지에 따라 제각각이다. 땅만 잔뜩 헤집어 놓아 검은 밭, 당근 싹이 가득 초록 밭…. 올레꾼들은 이를 두고 조각보에 비유한다.
이 조각보에 다른 계절이 얹혀지면 9월의 색이 아닌 다른 빛깔이 들판을 채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올레 들판은 여전히 제주의 땅이다.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 어쩌면 올레꾼들은 그것을 찾으러 온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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